두산 내야수 강승호가 조급함을 버리고 후반기 보상선수 신화에 재도전한다.
강승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SSG로 향한 최주환의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 당시 과거 음주운전으로 받은 KBO 90경기 출전정지 징계가 26경기 남은 상태였지만, 두산은 시즌 초반 한 달의 공백을 감수하면서 그를 품기로 결정했다. 그만큼 기대가 남달랐다. 아울러,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일찌감치 강승호를 주전 2루수로 낙점했다.
복귀전은 화려했다. 징계 여파로 4월 한 달간 퓨처스리그도 못 뛰고 재활군 연습경기 4차례 출전이 전부였지만, 5월 6일 LG전에 선발 출전해 첫 타석부터 외국인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의 초구에 좌중월 대형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최주환이 떠나고 오재원으로는 역부족인 두산 2루에 새 주인이 등장하는 듯 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임팩트는 없었다. 수비는 합격점을 받았으나 타율이 줄곧 2할대 초반에 머무르며 결국 47경기 타율 .227 2홈런 15타점 OPS .601로 아쉽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강승호는 “공백기로 인해 실전 감각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 확실히 조금 쉬었다가 와서 잘하려는 마음이 앞섰다. 조급하게 플레이했고, 그렇게 정신없이 전반기가 끝났다”고 아쉬워했다.
강승호는 감독이 인정하는 연습벌레다. 스프링캠프부터 착실한 훈련태도로 좋은 인상을 심은 뒤 시즌에 돌입해서도 연습과 실전 모두 최선을 다해 임했다. 김태형 감독은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 잘하려는 욕심이 보인다”라고 그의 태도를 높이 샀다.

문제는 심리적인 요인이었다. 강승호는 “열심히 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며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조급함이 더 크지 않았나 싶다. 후반기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준비하면 나아질 것 같다”고 바라봤다.
강승호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타율이 떨어졌기 때문에 컨택 정확성을 더 높이려 한다. 스윙을 짧게 만드는 훈련을 많이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반기 두산이라는 새 둥지에 대한 인상은 어땠을까. 강승호는 “두산은 단기전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고, 야구를 꾸준하게 잘하는 팀이다. 기본기가 정말 잘 돼 있고, 주전-백업의 차이가 적다”고 느낌을 전했다.
이로 인해 수비에서는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허경민, 김재호, 오재원 등 수비 잘하는 선배들의 훈련 모습과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강승호는 “다들 수비 기본기가 정말 잘 돼 있어서 실책이 적다. 야구를 보는 시선도 넓다.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강승호는 다행히 7월 들어 조금씩 타격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7월 치른 4경기 중 2경기서 멀티히트를 치며 후반기 약진을 예고했다. 김태형 감독도 “앞으로 충분히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조급한 면을 버리고 스스로 기다린다면 더 잘할 수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강승호 또한 후반기 보상선수 신화를 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전반기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쉬웠다. 이제 후반기 준비를 잘해서 순위경쟁에 좋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반등을 다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