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동안 행복했다’ 고개 숙인 디펜딩챔피언, 베이징 영광 재현 대실패 [도쿄올림픽]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8.06 00: 06

13년 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은 없었다. 패자 준결승전에서도 투타 불균형이라는 고질적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며 2연패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김경문호는 2020 도쿄올림픽에 앞서 올림픽 야구의 최강자였다. 야구가 마지막으로 정식종목이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무려 전승 신화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 당시 미국, 일본, 쿠바, 캐나다 등 강호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한국야구의 새 역사를 썼다. 이는 KBO리그 흥행의 시발점이었으며, KBO는 금메달을 획득한 2008년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제정하고 당시 영광을 매년 기념했다. 한국은 그렇게 야구 금메달리스트라는 자부심 속에 13년을 보냈다.
2020 도쿄올림픽을 맞아 야구가 다시 정식 종목으로 부활했다. 한국 야구는 2018년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베이징 신화를 이끈 김경문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대회 2연패를 향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을 넘지 못하고 실패를 경험했지만, 이를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성장통, 디딤돌로 여기고 오랜 준비 끝 이번 대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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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패자 준결승까지 오는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스라엘, 미국과의 조별예선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뒤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이스라엘을 차례로 꺾고 승자 준결승에 진출했으나 또 다시 한 수 위인 일본을 넘지 못하고 패자 준결승으로 내려왔다. 그래도 이날 승리를 거둘 경우 은메달 확보와 함께 결승전에서 일본과의 리턴매치가 가능했다.
패자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미국은 여전히 강했다. 다만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2회 선취점을 허용했지만, 루키 이의리가 5회까지 9탈삼진 2실점 호투로 강타선을 제압했고, 타선도 0-2로 뒤진 5회 박해민의 1타점 적시타로 턱밑 추격을 가했다. 후반부 충분히 역전을 노려볼 수 있는 스코어였다.
그러나 6회 예상치 못한 악몽이 찾아왔다. 믿었던 불펜에게 발등을 찍힌 것. 최원준, 차우찬, 원태인, 조상우 등 가용 자원을 모두 투입했지만 대거 5점을 허용하며 승기를 완전히 내줬다. 장타가 아닌 빗맞은 안타가 대부분이었으나 이는 불펜의 구위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방증이었다. 특히 1사 만루에서 이번 대회 최고 필승카드 조상우가 무너진 게 뼈아팠다.
한국은 결국 미국에 2-7로 무릎을 꿇고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대진의 가장 큰 특징이 패자부활전이긴 하나 이날은 결승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렇게 2연패 도전이 아쉽게 좌절됐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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