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두산 1차 지명 투수 곽빈(22)이 후반기 들쑥날쑥한 제구를 잡고 로테이션에 정착할 수 있을까.
배명고 시절 특급 유망주였던 곽빈은 2018 두산 1차 지명과 함께 첫해 32경기 3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7.55를 남기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신인답지 않은 배짱투로 4월 필승조를 맡아 15경기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5의 안정감을 뽐낸 그였다.
그러나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부상이 문제였다. 그해 10월 수술대에 올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된 것. 여기에 예상보다 재활이 장기화되며 2019시즌에 이어 2020시즌까지 통째로 쉬었다.

잠시 잊혀진 곽빈이 다시 주목을 받은 건 올해 4월. 퓨처스리그서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0.98로 활약하며 부진한 이영하, 유희관의 자리를 메울 적임자로 낙점 받았다. 정식선수 전환 및 1군 등록이 이뤄진 5월 1일 SSG전(4⅓이닝 1실점)과 9일 KIA전(5⅓이닝 3실점) 연이은 호투로 이제 꽃길이 열리는 듯 했다.
그러나 곽빈은 7경기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3.98의 아쉬움 속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5월 27일 한화전에서 5이닝 1실점에도 패전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고, 6월부터는 매 경기 4사사구 이상을 헌납하는 제구 난조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당시 김태형 감독의 “나아지는 모습이 없다”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꿈에 그리던 데뷔 첫 선발승 기회도 후반기로 미뤘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곽빈은 “혼자 무너졌다. 안타와 볼넷을 많이 내주고 대량실점하면서 위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혼자 안 좋게 끌고 간 결과였다”라며 “그래도 나름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후반기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전반기를 되돌아봤다.
김태형 감독은 곽빈이 부진할 때마다 “구위와 구속은 괜찮은데…”라며 제구 난조에 아쉬움을 표했다. 곽빈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구위는 사실 정말 좋았던 적이 많았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문제가 제일 컸던 것 같다. 3년만에 1군으로 돌아와 나름 잘하고 싶은 욕심이 과했다”고 진단했다.

곽빈은 지난 7월 초 1군 선수의 코로나19 확진 당시 2군에 있어 자가격리를 피했다. 남들이 2주를 쉬는 동안 그 누구보다 구슬땀을 흘리며 후반기를 준비했고, 감독과 투수코치는 후반기 선발진의 키플레이어로 곽빈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만큼 현재 몸 상태가 좋다는 이야기.
곽빈은 “2군에서 계속 연습을 했다”며 “후반기는 최대한 팀에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이다. 선발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 야수들과 불펜투수들을 지치지 않게 해주고 싶다. 데뷔 첫 선발승보다 더 중요한 건 이닝”이라고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휴식기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역시 제구였다. 한 이닝 최다 사구(3개)를 기록한 6월 13일 LG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았다.
곽빈은 “사실 2군에서는 제구가 굉장히 잘 되는데 1군만 올라오면 흔들렸다”며 “코치님이 제구는 폼이 아닌 멘탈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던지니 결과가 괜찮았다. 또 계속 영상을 보며 분석했다”고 전했다.
곽빈은 1선발 또는 2선발로 다가오는 후반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 선발진은 현재 외국인 원투펀치와 국가대표 최원준이 자가격리, 부상, 체력 문제로 첫 로테이션 합류가 어려운 상황. 곽빈의 활약 여부에 두산 순위 싸움이 걸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곽빈은 “후반기에는 혼자 싸우지 않겠다. 다같이 원팀이 돼 이겨내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는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내가 맡은 경기, 이닝을 모두 소화하는 게 목표다. 전반기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두산 팬들에게 약속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