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세월이여’ 믿었던 오승환 5실점, 우리가 알던 끝판왕은 없었다 [도쿄올림픽]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8.07 15: 55

우리가 알던 끝판왕은 없었다. 39살의 베테랑 마무리투수는 최선을 다했으나 세월이 야속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6-10 역전패를 당하며 4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시작부터 꼬인 경기였다. 1회부터 선발 김민우가 백투백 홈런과 함께 조기 강판됐고, 이어 올라온 차우찬도 불을 끄지 못하고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1회에만 대거 4점을 내줬다.

[사진] 21.08.07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경문호는 차근차근 추격에 나섰다. 2회 박건우의 1타점 적시타에 이어 4회 김현수가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도미니카공화국이 5회 2사 후 베테랑 멜키 카브레라의 1타점 2루타로 다시 격차를 벌리며 역전이 어려워보였다.
대표팀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2-5로 뒤진 5회 무사 1, 2루서 박해민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허경민이 1타점 내야땅볼, 3루도루에 성공한 박해민이 폭투를 틈 타 홈을 밟아 극적인 5-5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볼넷 2개로 계속된 찬스서 강백호가 짜릿한 1타점 역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제 6회부터 1점의 리드를 지키면 값진 동메달이 찾아오는 상황. 김경문 감독은 고심 끝 이번 대회 확실한 믿을맨으로 등극한 조상우 카드로 일단 6회와 7회를 막는 데 성공했다.
앞서 차우찬, 고우석, 박세웅 등을 소진하며 8회와 9회를 막을 필승조는 사실상 오승환이 유일했다. 이에 일찍부터 몸을 푼 끝판왕은 동메달을 가져오기 위해 8회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우리가 알던 끝판왕, 돌부처의 구위가 아니었다. 앞선 3차례의 등판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고, 그 결과 안타 2개와 볼넷으로 자초한 1사 만루서 폭투로 동점을 허용한 뒤 프란시스코에게 2타점 역전 2루타, 후속 미에세스에게 쐐기 투런포를 맞았다.
고개를 숙인 오승환은 결국 신인 김진욱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씁쓸하게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5실점의 충격이 컸는지 얼굴이 벌게진 상태서 그라운드를 멍하니 쳐다보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사고를 친 후배의 대체선수로 팀에 합류해 마지막 투혼을 발휘했지만, 세월이 너무도 야속했다. 그렇게 돌부처의 마지막 국제대회가 마무리됐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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