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노메달’ 한국야구는 정말 세계 레벨에서 멀어진걸까? [도쿄 올림픽]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1.08.08 06: 06

금메달 2연패에 도전했던 야구 대표팀이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6-10으로 패해 4위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개최국 일본은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수확했고 미국은 첫 번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을 꺾고 동메달을 따낸 도미니카 공화국은 단체 종목을 통틀어 첫 번째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팬들은 한국야구가 세계 야구 수준에 비해 뒤떨어졌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일본과 미국 등 세계 야구를 이끄는 선도국가들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 큰 실망으로 다가왔다.

[사진] 도미니카 공화국에 패한 한국 대표팀. 21.08.07.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제로 한국야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 국제대회에서 화려한 성과를 거두며 중흥기를 이룬 한국은 최근 국제대회에서는 2017년 WBC 1라운드 탈락, 2019년 프리미어12 준우승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한국이 두각을 드러낸 국제대회는 프로선수들이 나오지 않는 아시안게임이 유일하다.
그렇지만 단순히 국제대회 성적이 안좋다고해서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미국, 일본 선수들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물론 부진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빼어난 퍼포먼스로 팬들을 열광시킨 선수들이 있다.
주장 김현수는 7경기 타율 4할(30타수 12안타) 3홈런 7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쳤고 리드오프 박해민은 7경기 타율 4할4푼(25타수 11안타) 5타점 7득점을 기록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백업 내야수로 보였던 김혜성은 7경기 타율 6할1푼5리(13타수 8안타) 1타점 3득점으로 날아다니며 깜짝 활약을 펼쳤다.
마운드에서는 신인 이의리가 2경기(10이닝) 1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평균자책점은 조금 높았지만 무려 18개 탈삼진을 잡아내며 강력한 구위를 뽐냈다. 대회 탈삼진 공동 1위다. 조상우는 대표팀 7경기 중 6경기에 등판하는 강행군을 소화하면서도 8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대체선수로 발탁되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했던 신인 김진욱도 4경기(2⅔이닝) 평균자책점 0.00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사진]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일본. 21.08.07.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번 대회에 나온 상대들도 모두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약체로 분류된 이스라엘과 멕시코조차 이안 킨슬러(이스라엘), 애드리안 곤잘레스(멕시코) 등 메이저리그에서 빼어난 커리어를 쌓은 베테랑 선수들을 데리고 나왔고 일본, 미국, 도미니카 공화국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메이저리그 유망주 및 베테랑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이런 강팀들을 상대로 한국은 모두 접전을 펼쳤다. 최종 스코어는 차이가 큰 경기들도 있었지만 경기 내용은 모두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으로 이어졌다. 물론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실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과 일본, 미국, 도미니카 공화국이 절대 넘을 수 없을 정도의 전력차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아쉬운 것은 오히려 코칭스태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경문 감독은 13년 전과는 전혀 다른 선수풀에서 대표팀을 꾸려야했다.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양현종(텍사스), 김하성(샌디에이고) 등 특급스타들이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대회에 나오지 못했고 올림픽 참가 직전에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박민우(NC)와 한현희(키움)가 대표팀에서 자진 사퇴했다.
예전 같이 않은 선수풀, 특히 선발투수가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은 첫 최종 로스터 발표 때 선발투수만 8명을 선발하고 불펜투수는 2명밖에 선택하지 않았다. 이후 대체 선수로 불펜투수 2명을 뽑으며 선발 7명과 불펜 4명이 됐지만 선발투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았다.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시작 전 선발투수가 약하기 때문에 1+1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수 차례 시사했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막상 올림픽에 돌입한 뒤에 그냥 선발투수에게 경기를 맡기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투수를 운용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불펜진의 과부하가 심각해졌고 결승전에서는 선발투수 김민우가 ⅓이닝만에 마운드를 내려가자 불펜투수인 고우석(2⅓이닝)과 조상우(2이닝)가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심지어 마무리투수 오승환조차 8회에 마운드에 올라 멀티이닝 소화를 노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미국과 일본조차 상대팀에 맞춰 라인업을 유기적으로 바꾸고 적극적으로 수비시프트를 가져가는 등 코칭 스태프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플랜B를 생각하지 않고 선수단을 구성했고 대회 중에도 플랜A가 실패했을 때의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물론 투수진이 좋지 않았던 것은 맞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선수가 없어서란 핑계는 옳지 않다. 야구를 하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은 지도자들이다. 좋은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지도자들이 좋은 선수들을 길러내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한국야구 지도자들 모두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투수의 경우 구속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미국과 일본은 매년 리그 평균구속이 올라가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은 정체되어 있다. 신체적인 차이라기에는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조차 이번 대회에 나온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졌다. 일본과의 격차는 한국야구가 선수풀이 아닌 지도자의 육성 및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예전같지는 않지만 한국에도 분명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어쩌면 세계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것은 2008년 영광의 시대에 멈춰있는 지도자들이 아닐까.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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