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씁쓸한 귀국길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8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13년만에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충격의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2연패를 노렸지만, 승자 준결승 일본전과 패자 준결승 미국전에서 연달아 패한 뒤 동메달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6-10 역전패를 당하며 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김경문호의 이날 예상 도착 시각은 오후 5시 30분. 어떤 색이든 메달을 하나라도 따냈다면 귀국길을 반기는 인파가 몰렸겠지만, 코로나19 시국과 노메달이라는 실망감에 제2터미널 B게이트는 한산하기만 했다. 지인의 귀국을 기다리는 일부 인원과 취재진, 보안요원 등이 전부였다.
KBO는 당초 입국장에서 김경문 감독의 공식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3-4위전이 패배로 마무리되자 계획을 변경했다. 현장에서 만난 KBO 관계자는 “메달을 따지 못해 공식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씁쓸해했다.

대표팀은 오후 5시 35분 착륙과 함께 입국 수속을 거쳐 7시가 넘어 귀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경문 감독이 가장 먼저 입국해 KBO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취재진과 약식 인터뷰를 진행했고, 뒤이어 김평호, 이종열, 김재현, 진갑용 등 코치진이 차례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윽고 선수들이 입국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강백호, 양의지는 고개를 숙인 채 공항 문을 통과했고, 그 외 이정후, 고우석, 최주환, 강민호 등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일부 팬들과 취재진을 지나쳤다. 이번 대회 활약이 좋았던 박해민, 이의리, 김진욱, 김혜성 등은 약식 인터뷰에 응했으나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이 커보였다.
13년 전 영광 재현에 실패한 김경문 감독은 “죄송하다. 사실 국민들이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고 응원해주셨는데 감독으로서 기대에 보답을 못해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