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올림픽 야구가 후반기 KBO리그 판도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충격의 노메달'로 도쿄 올림픽을 끝마친 야구대표팀이 지난 8일 귀국했다. 대표 선수들은 9일 하루 휴식을 갖고 10일 재개되는 KBO리그 시즌에 복귀한다.
다른 선수들이 한 달간 재충전 시간을 가졌지만 대표선수들은 지난달 17일 소집 후 3주 넘게 쉴 새 없는 강행군을 치렀다. 결과라도 좋으면 피로감이 덜했겠지만 최악의 결과로 선수들이 입은 정신적인 대미지도 상당히 크다.

당장 체력적인 문제가 피부로 와닿는다. 올림픽 7경기 중 6경기에 구원등판, 총 146구를 던진 투수 조상우(키움)는 단기간 피로 누적이 가장 심한 투수. 키움의 팀 사정도 급하지만 당분간 휴식이 불가피하다.
외야수 이정후도 손가락 통증이 있는 키움은 후반기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가뜩이나 술판 파문으로 징계를 받은 투수 한현희과 안우진, 아내 병 간호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뒤 기약이 없는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 공백으로 비상이 걸린 키움은 올림픽 후유증을 직격으로 맞을 위기에 놓였다.
3일 휴식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이의리(KIA)와 고영표(KT)도 후반기 첫 3연전 선발등판은 어렵다. 이의리는 팀 내 최다 10이닝을 던졌고, 고영표가 9⅔이닝으로 뒤를 이었다. 3경기 3⅓이닝만 던졌지만 불펜에서 몸 풀기가 잦았던 최원준(두산)의 피로도 간과할 수 없다.

목 피부가 찢어져 5바늘을 꿰매고 뛴 내야수 오지환(LG), 햄스트링 부상으로 올림픽 기간 수비를 나서지 못한 내야수 최주환(SSG)도 정상 컨디션으로 후반기를 맞이할 수 없게 됐다.
심리적인 충격을 극복할 시간도 촉박하다. 지난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5실점으로 무너지며 역전패를 초래한 오승환(삼성), 4일 일본전에서 1루 베이스 밟지 못한 뒤 결승타를 내준 고우석(LG)에게 진한 잔상이 남아있다.
전반기 타격 1~2위였으나 대표팀에서 힘을 쓰지 못한 강백호(KT)와 양의지(NC)도 성난 여론에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특히 강백호는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8회 역전 허용 후 멍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크게 논란이 됐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

1~3위 KT, LG, 삼성 소속 선수들이 크고 작은 올림픽 후유증 범주에 있다. 5위 싸움 중인 6위 키움이 최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올림픽 후유증을 얼마나 최소화할지가 순위 싸움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