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한화가 수비 효율 1위라니, 만족 모르는 수베로 시프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8.10 11: 21

한화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허약한 수비다. 반어법으로 '행복 수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수비에 늘 발목 잡히는 팀이었다. 
하지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올해 한화 수비는 환골탈태했다. 전반기를 10위로 마치긴 했지만 수비력은 꼴찌가 아니었다.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처리한 비율을 나타내는 '수비 효율(DER-Defensive Efficiency ratio)' 수치가 .702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7할을 넘은 팀은 한화 외에 LG(.700) 뿐이다. 
2019~2020년 각각 9위(.665), 8위(.668)에 그쳤던 한화의 수비 효율 상승은 수베로 감독의 시프트 효과가 크다. 3루 베이스를 아예 비우며 내야수 4명 모두 우측에 몰아넣기, 외야에 4명의 수비수를 세우는 등 극단적인 시프트가 통했다. 

한화 수베로 감독이 수비 위치 지시를 내리고 있다./ksl0919@osne.co.kr

전반기 한화는 야수가 기존 포지션 위치에서 벗어나 잡은 아웃카운트가 83개로 전체 아웃카운트(2072개) 중 4% 비율을 차지한다. 좌타자 상대로 잡은 시프트 아웃이 61개로 우타자(22개)보다 3배가량 많은 게 특징. 김현수(LG), 오재일(삼성)이 나란히 6개 타구가 한화 수비 시프트에 걸렸다. 
한화 시프트의 중심에 있는 유격수 하주석은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극단적인 시프트를 많이 시도했다. 성공했을 때 짜릿함과 희열이 엄청나다. 팀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시프트 반대로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감독님이 시즌 전부터 결과에 개의치 말고 과감하게 시도하자고 주문하셨다. 우리가 하는 시프트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 KT 강백호 타석 때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2루수 자리로 옮겨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메이저리그 출신인 외국인 투수 닉 킹험도 "미국에 있을 때부터 시프트를 많이 경험해 익숙하다. 수비에 있어 우리 팀의 정확한 목적과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투수로서 이에 100% 찬성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킹험도 수비 시프트로 잡은 아웃카운트가 6개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아직 시프트에 100% 만족하지 못한다. 수비코치 출신인 수베로 감독은 "시프트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수비 부분은 나의 전문 분야다. 기대치가 훨씬 높다. 앞으로 성장해야 할 부분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포지셔닝이나 이해도는 확립됐지만 경기 안에서 시프트를 녹여내는 부분이 필요하다. 상대 타자뿐만 아니라 경기 스코어, 우리 투수, 주자 상황 등 경기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 사전에 준비할 수 없지만 경기 안에서 선수들이 읽어내고 시프트에 적용해야 부분을 발전시켜야 내가 원하는 수준에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 문보경의 병살타 때 하주석 유격수가 1루 주자 오지환을 포스아웃시킨뒤 1루로 송구하고 있다. 21.07.02
하주석은 "KBO리그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는 나름대로 쌓였다. 볼카운트별로 타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할 수 있다. 시프트 상황에서도 조금씩 위치에 변화를 더 주면 아웃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런 개인적 느낌과 시프트 경험을 토대로 후반기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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