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꽂을 수 있는 투수다.”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 동안 트레이드로 NC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좌완 강윤구(31)에 대해서 언제나 따라 붙는 의문부호는 ‘제구’였다. 좌완 강속구 투수의 이미지가 뇌리에 강렬했고 제구력에서는 아쉬움이 따랐다.
하지만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이 강윤구를 지켜본 모습은 달랐다. 예전과 같은 강속구는 사라졌다. 140km 초반, 130km대 후반의 구속을 뿌린다. 대신 제구는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평가가 따라왔고 서튼 감독은 강윤구의 커맨드와 제구력에 주목했다. 서튼 감독은 “홈플레이트 양쪽으로 제구가 가능한 투수다.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꽂을 수 있는 선수이고 경험이 있는 투수이기 때문에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투구를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윤구가 팀에 합류한 이후 서튼 감독의 생각과 평가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롯데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1군 경기에서 강윤구는 서튼 감독의 평가가 옳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8/11/202108112230772374_6113d15857d20.jpeg)
1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일찌감치 휴식이 이후 일정은 결정됐었기에 강윤구의 롯데 데뷔전은 친정을 상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았다. 앞선 10일 경기에서는 결장했고 이날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살얼음 승부 상황에서 롯데는 강윤구를 중용했다. 5-3으로 앞서던 6회말 롯데는 나균안을 투입했지만 강진성에게 추격의 솔로포를 허용하고 5-4로 쫓겼다. 나균안은 김태군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임무를 마감했고 강윤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도태훈-김주원으로 이뤄지는 좌타 라인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NC도 강윤구의 등판에 변화를 줬다. 장타력 있는 우타 대타 윤형준이 도태훈 대신 들어섰다. 그러나 강윤구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공을 던졌다. 초구 139km 패스트볼을 몸쪽 낮은 코스로 꽂았다. 이후 바깥쪽 보더라인을 타고 들어가는 커브를 던져 2스트라이크를 선점했다. 이후 바깥쪽 141km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뒤이어 상대한 김주원을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스위치히터 김주원이 우타석에 들어섰지만 초구와 2구 모두 체인지업을 던져 2스트라이크를 먼저 차지했다. 이후 123km 커브를 던져 타이밍을 뺏으며 루킹 삼진을 뽑아냈다. 강진성에게 추격을 당하는 홈런을 허용한 뒤 다시 넘어갈 수 있던 분위기에서 강윤구가 흐름을 차단시켰다. 6개 공 3개의 구종, 모두 스트라이크였고 결과는 2연속 탈삼진이었다. 잊고 있었지만 강윤구는 두 차례나 한 이닝 9구 3탈삼진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서튼 감독의 눈을 옳았고 접전 상황에서 귀중한 아웃카운트 2개를 팀에 책임지며 위닝시리즈에 일조했다. 롯데는 강윤구 이후에도 김진욱, 오현택, 최준용, 그리고 마무리 김원중까지 등장해 1점의 살얼음 리드를 지켰다.
경기 후 강윤구는 "너무 긴장 됐었는데 롯데에서의 첫 등판 결과가 좋아 행복하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3연투, 4연투도 마다하지 않겠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면서 "마운드에 내려오고 나서 공 개수를 알았다. 공을 몇 개 던졌는지도 모를 정도로 경기에 몰두해 있었다. 좋은 결과 나와 다행이다"라고 구단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