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 타자’ 고정 관념 타파… ‘위닝 컬처’ 향한 더블 클린업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8.12 13: 23

“매일 이기는 정체성, 위닝 컬처를 만들겠다.”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은 시즌 중 부임하고 난 뒤 여러가지 실험을 했다. 타순 조합도 마찬가지다. 5월 한 달 간은 라인업이 거의 매일 바뀌었고 2군의 새얼굴들도 등장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라는 변수도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기존 선수들로 '위닝 컬처'를 구축하고 득점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한 실험을 계속했다.
‘조선의 4번 타자’였던 이대호도 실험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대호를 기준으로 두지 않고 팀의 득점 생산력과 타순의 연결성을 고려했다. 4번 타자라는 상징성은 컸고 타격 스킬도 팀 내 최정상급이었다.

4회초 1사 1,3루에서 롯데 이대호가 안치홍의 1타점 우중간 적시타에 홈을 밟고 서튼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2021.06.26 /jpnews@osen.co.kr

서튼 감독은 “커리어에서 4번 타자를 가장 많이 했던 타자다. 좋은 파워를 가졌고 좋은 타격 능력을 가진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라며 이대호의 4번 타자 상징성, 타격 능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별개로 이대호의 타격 능력, 팀의 득점력을 모두 극대화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찾았다. 팀 내 최고의 생산력을 가진 타자가 4번 타순에 포진해야 한다는 논리와 주장은 데이터들에 의해 반박이 가능해진 현실이다.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시기가 있었기에 서튼 감독 체제하에서 치른 49경기 중 23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4번 타자로 나서지 않았다. 3번(13경기), 6번(8경기), 5번(2경기) 타순에서 나섰다. 후반기애는 2경기 연속 6번 타순으로 나섰다. 10일에는 적시타, 11일에는 쐐기 솔로포를 터뜨리며 활약했다.아직 녹슬지 않은 생산력이다. 서튼 감독은 이대호를 4번으로 두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대호 같은 좋은 타자를 4번에 둘 경우 2회에 선두타자로 나설 확률이 50% 이상이다”라면서 “이대호의 타격 능력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튼 감독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 이대호의 기용법이다. 상하위타선의 조화와 밸런스를 중시한다. 그는 “타선을 구축할 때 2개의 파트로 나눈다. 그래야 밸런스가 맞는다. 선수들의 운동 능력에 따라서 하위 타순에서도 출루를 하고 진루를 시킬 수 있는 타자, 타점을 올릴 수 있는 타자를 넣어서 강한 라인업을 만들고 싶다”라면서 “어떤 선수들이 이닝의 리드오프 타자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상대가 느끼는 압박이 다를 것이다. 또 그 선수 뒤에 타점 능력이 있는 선수가 있으면 더 좋은 라인업이 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결과적으로 이대호의 방망이에서 점수가 나왔기에 성공적인 타순 배치가 됐다.
결국 이대호가 이닝의 선두타자로 나서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누상에 주자가 깔린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득점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자 신념이다. 이대호보다 빠르고 현재로서는 좀 더 생산력이 좋은 전준우, 정훈, 손아섭 등이 2,3,4번 타순에 들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이대호는 하위 타순의 4번 타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매일 이기는 ‘위닝 컬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이것이 점점 현실로 되어가고 있는 서튼 체제의 롯데다. 실험과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도 새로운 롯데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 하나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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