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친 파울타구에, 그리고 사구에 연달아 맞았지만 박해민(삼성)의 득점 본능은 꺾이지 않았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타율 .440 맹타를 휘두른 박해민은 소속팀 삼성에 돌아와서도 좋은 감을 그대로 잇고 있었다. 지난 11~12일 대구 두산 2연전에서 쉴 새 없이 뛰는 야구를 펼치며 11일 1볼넷-1도루-2득점, 12일 1안타-1타점-2볼넷-2득점으로 활약했다.
박해민은 13일 수원 KT전에서도 리드오프 중견수를 담당했다. 첫 타석부터 감이 좋았다. 선두로 나서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뒤 8구째 직구(146km)를 기술적으로 받아쳐 좌전안타로 연결했다. 이후 구자욱의 볼넷 때 득점권으로 이동했고, 호세 피렐라의 적시 3루타에 힘입어 선취 득점을 책임졌다.

2회 1사 1루서 3루수 야수선택에 그친 박해민은 4-2로 앞선 4회 1사 1루서 3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그러나 일진이 좋지 않았다. 1B-2S의 불리한 카운트서 자신이 친 타구에 오른쪽 발가락을 맞고 아파했고, 몸을 추스르고 타석에 다시 서자 이번에는 커브(125km)에 오른쪽 무릎을 제대로 강타 당했다. 곧바로 그라운드에 누운 박해민은 상당한 고통을 호소한 상태서 트레이너의 응급치료를 받았다. 표정만 봐서는 교체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박해민은 치료를 받은 뒤 벌떡 일어나 1루로 뛰어나갔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으나 절뚝거리는 발걸음으로 1루에 도달했다. 경기를 뛰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그리고 누상에 위치하자 언제 사구를 맞았냐는 듯 전력질주를 선보였다. 구자욱의 2루타 때 2루를 지나 3루를 밟았고, 피렐라의 중견수 뜬공 때 홈까지 훔치며 득점까지 담당했다.
벤치에 있는 모든 선수단도 박해민의 투혼에 응답했다. 허삼영 감독이 제일 먼저 나와 박해민의 엉덩이를 토닥였고, 다른 선수들도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건네며 득점을 축하했다. 그러나 박해민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표정에도 아픈 티가 그대로 났다. 삼성은 비록 6-7 역전패를 당했으나 박해민의 투혼은 박수 받아 마땅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