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이렇게도 못할까. 1년 전 KBO리그 MVP가 일본에서 끝 모를 추락을 거듭 중이다. 멜 로하스 주니어(32·한신 타이거즈)가 KBO리그를 망신시키고 있다.
로하스는 지난 1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홈경기에 6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2회 2루 직선타, 5회 우익수 뜬공, 7회 2루 직선타, 9회 1루 땅볼로 아웃됐다. 1회 다이빙 캐치로 호수비를 선보였지만 타격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까지 로하스의 1군 성적은 18경기 타율 9푼1리(55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 4볼넷 18삼진이다. 출루율 .153, 장타율 .145, OPS .298로 한마디로 처참하다. 아무리 표본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외국인 타자로는 믿기지 않는 최악의 숫자들이다.

지난해 MVP를 차지하는 등 KBO리그에서 4년간 정상급 활약을 한 로하스는 한신과 추정 연봉 250만 달러(약 28억원)에 특급 대우를 받으며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한국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일본이라 성공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이 정도로 못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시작부터 뭔가 꼬였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에 따른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로 4월에야 뒤늦게 입국한 로하스는 5월8일 1군에 데뷔했다. 그러나 한신 외국인 역대 최다 21타석 연속 무안타로 충격의 스타트를 끊었다.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지만 10경기에서 35타수 2안타 타율 5푼7리로 바닥을 치며 2군에 내려갔다.
![[사진] 한신 타이거즈 홈페이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08/14/202108140012778413_61168cd8af122.jpeg)
2군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린 로하스는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휴식 차원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뛴 7월초 1군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7경기에서 16타수 2안타로 부진했고, 알칸타라의 복귀와 함께 다시 2군으로 강등됐다.
도쿄 올림픽 휴식기가 끝난 뒤 후반기 재개와 함께 로하스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왔다. 외국인 투수 로베르토 수아레스, 내야수 제프리 마르테가 올림픽 휴식기 동안 고국을 다녀온 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가지면서 로하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첫 경기부터 4타수 무안타로 망쳤다.
수아레스와 마르테가 컨디션을 찾으면 1군 외국인 숫자 제한에 따라 로하스가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얼마 없을 기회마저 걷어찬 로하스의 입지가 이제 정말 위태로워졌다. 불과 1년 전 KBO리그를 평정한 MVP 타자가 일본에선 1할도 치지 못하고 끝나게 생겼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