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한화 유니폼, 7살 아들과 우승 꿈꾸는 새 외인 페레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8.14 05: 31

"아들이 집에서도 한화 유니폼만 입고 있다."
한화의 대체 외국인 타자 에르난 페레즈(30)는 지난달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아내와 아들, 딸까지 네 식구가 충북 옥천에서 2주 자가격리를 마친 뒤 대전에 새 터전을 마련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미국에서 생활해왔던 페레즈 가족에게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7살 된 페레즈의 아들 크리스토퍼가 가장 신났다. 지난달 한화와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도 아빠 옆에서 포즈를 취한 아들은 벌써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페레즈는 "아들이 집에서도 한화 유니폼만 입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라 지금 당장은 야구장에 올 수 없지만 굉장히 신나있다"고 말했다. 

경기에 앞서 한화 새용병 페레즈가 수베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08.13 / soul1014@osen.co.kr

가족을 다 데리고 한국에 올 만큼 페레즈는 성공 의지가 크다. 메이저리그 10시즌을 뛰었지만 갈수록 기회가 줄었고, 나이도 이제는 30대에 접어들었다. 메이저리그는 추억으로 묻어두고 현실을 바라볼 시기. 한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2016~2019년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 수비코치로 함께했던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페레즈에게 한국행을 적극 추천했다. 
[사진] 에르난 페레즈 아들 크리스토퍼 SNS
페레즈는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왔다. 수베로 감독도 한국이 야구하기 좋은 환경이고, 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수베로 감독은 나의 야구 커리어에 없어선 안 될 멘토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며 "가장 친한 선수 중 한 명인 딕슨 마차도(롯데)에게도 한국 야구 수준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시절 포수 빼고 내외야 전 포지션을 커버했던 페레즈는 한화에서도 어느 한 자리에 고정되지 않는다. 페레즈 역시 "어딜 가나 항상 많이 받는 질문이 수비 포지션이다. 개인적으로 2루가 가장 편하긴 하지만 팀에 도움이 된다면 그 어떤 포지션도 좋다"고 자신했다. 
수비도 중요하지만 외국인 타자는 역시 타격이 생명이다. 수베로 감독은 "2년 전 메이저리그에서 봤을 때보다 좋아 보인다. 우중간 밀어치는 타구가 많아졌다"고 기대했다. 페레즈도 "나쁜 공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발전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해야겠지만 치기 좋은 공에 스윙을 해야 하는 건 어느 곳이든 같다. 한국에서도 좋은 타격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에 앞서 한화 새용병 페레즈가 한화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8.13 / soul1014@osen.co.kr
페레즈는 지난 6월 올림픽 최종 예선에 참가한 베네수엘라 대표팀의 주장으로도 활약했다. 수베로 감독은 "페레즈는 카리스마 있는 성격이다. 메이저리그 때부터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 덕아웃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선수"라며 그의 에너지와 리더십도 기대했다. 10위 자리가 굳어지면서 분위기가 크게 침체된 한화에는 새로운 활력소, 자극제가 필요하다. 페레즈도 13일 선수단과 상견례 자리에서 "야구는 즐기는 스포츠다. 즐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인사말을 했다. 
페레즈는 "야구는 멘탈 스포츠이고, 그런 면에서 적응할 준비가 되어있다. 다른 곳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모든 선수들과 공유하고 싶다. 나 역시 한화 선수들에게 많이 배울 것이다"며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어린 선수들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 지난달 한화와 계약 당시 페레즈 부자 /한화 이글스 제공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페레즈는 "내게 기회를 준 한화가 우승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올해는 아니겠지만"이라며 웃었다. 최하위로 처진 올해 한화의 우승은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만 페레즈가 한화에서 롱런한다면 언젠가 이글스 팬이 된 아들과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다. 페레즈는 "신이 우리 가족을 여기로 보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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