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제라드 호잉이 5경기만에 마법사로 완벽 변신했다.
호잉은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9차전에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1회 1사 후 1루수 땅볼에 그친 호잉은 두 번째 타석에서 방망이를 매섭게 휘둘렀다. 0-0으로 맞선 3회 1사 1루서 삼성 선발 최채흥에 우월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린 것. 1B-1S에서 3구째 몸쪽 슬라이더(129km)를 제대로 잡아당겨 KT 이적 후 첫 홈런을 만들어냈다. 호잉이 KBO리그서 아치를 그린 건 한화 시절이었던 지난해 6월 9일 롯데전 이후 431일만이었다.

호잉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3-0으로 리드한 5회 1사 2루 찬스서 유격수 김지찬의 키를 살짝 넘는 적시타로 격차를 벌렸다. 홈에서 심우준이 포수와 경합을 벌이는 사이 재빨리 2루로 이동했고, 비디오판독 끝 심우준의 득점이 인정되며 이날 3번째 타점을 올렸다. 이후 강백호의 적시타 때 쐐기 득점까지 책임졌다.
호잉은 지난 2018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입성해 142경기 타율 .306 30홈런 110타점 활약으로 팀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이후 두 차례의 재계약을 통해 2019년을 거쳐 2020년에도 KBO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34경기 타율 .194 4홈런 14타점의 부진 속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6월 20일 NC전이 한화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였다.
그런 호잉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KT. MVP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의 대체자 조일로 알몬테가 부진과 부상에 신음하자 곧바로 토론토 산하 마이너리그에 있던 호잉에 러브콜을 보냈고, 6월 25일 총액 40만달러에 영입을 완료했다.
호잉은 자가격리와 휴식기 훈련을 거쳐 후반기 첫 경기인 8월 10일 키움전에 첫 선을 보였다. 데뷔전은 긴장한 듯 4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으나 11일 키움전서 첫 안타를 신고한 뒤 12일 멀티히트를 때려냈고, KT맨으로 치르는 5번째 경기인 이날 홈런과 적시타로 3타점을 쓸어담았다.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KT는 호잉의 맹타에 힘입어 삼성을 꺾고 5연패 뒤 2연승을 달렸다. 5경기만에 마법사로 완벽 변신한 호잉이 ‘AGAIN 2018’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일단 그 시작은 상쾌하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