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김광현처럼 결정구 갖춰야" 레전드 출신 감독, KBO 투수진에 제언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8.15 12: 16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단기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확실한 선발투수가 1명도 없었다. 마치 정해진 시나리오처럼 타순이 한 바퀴 돌자 직구, 변화구 할 것 없이 모든 구종이 타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한국 야구는 향후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과 같은 수준급 선발투수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현역 시절 10년 연속 10승을 비롯해 통산 최다승 3위(152승)에 이름을 올린 KT 이강철 감독은 해결책으로 투수들의 결정구 연마를 꼽았다.
14일 수원 삼성전에 앞서 만난 이 감독은 “올림픽을 보고 구속보다 결정구의 필요성을 느꼈다. 미국의 닉 마르티네스(소프트뱅크), 스캇 맥거프(야쿠르트) 등을 보면 모두 확실한 결정구를 갖고 있었다. 체인지업의 각도를 보고 놀랐다. 일본프로야구 타자들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일구대상을 수상한 SK 김광현과 KIA 양현종이 시상자로 나선 LA 다저스 류현진이 함께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rumi@osen.co.kr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선발의 중책을 맡은 투수는 원태인, 고영표, 이의리, 김민우 등 총 4명. 그러나 KBO리그 다승 1위, 퀄리티스타트 1위의 공은 국제대회서 위력이 없었다. 퀄리티스타트는 고사하고 5이닝을 간신히 소화한 투수가 고영표, 이의리뿐이었다. 그리고 선발투수의 짧은 이닝 소화는 곧 불펜진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이 감독은 “과거 김광현은 슬라이더, 양현종은 직구, 류현진은 다양한 결정구를 앞세워 긴 이닝을 소화했다”며 “이번 올림픽 선발들은 제구 난조와 함께 확실한 결정구가 없었다. 그나마 자신만의 구종이 있는 투수들이 5이닝을 버텼다. 사실 구속은 큰 의미가 없다.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면 145km는 나오니까 여기에 결정구를 갖춰야 버틸 수 있다”고 바라봤다.
6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위즈 선수들이 후반기 리그를 앞두고 훈련을 가졌다.KT 이강철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1.08.06 /ksl0919@osen.co.kr
이 감독은 이해하기 쉽게 KT 투수를 예로 들며 결정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먼저 언급된 선수는 2년차 소형준. 다양한 구종을 보유하고도 결정구 부재에 승부가 길어지는 유형이다.
이 감독은 “(소)형준이는 5개 구종을 던지며 버티는 투수다. 그러나 9회말 만루 풀카운트에 던질 수 있는 구종을 선뜻 고를 수 없다. 많은 구종도 좋지만 1가지 구종을 더 연마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제구는 조금 흔들리지만 확실한 결정구가 있는 이대은은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이 감독은 “(이)대은이의 경우 쉽지 않은 포크볼이 있어 가능성이 있다. 제구 난조 탓에 유리한 카운트 선점을 못하지만, 반대로 제구만 안정된다면 2~3년은 꾸준히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기술 연마 이전에 야구의 저변 확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감독은 “일본은 야구를 하는 고등학교가 5000개, 우리는 60개다. 그 부분은 인정을 해야 한다”며 “야구의 저변이 확대되고 인프라가 더 좋아져야 전도유망한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있는 자원으로 계속 육성을 한다면 한정된 범주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시선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금은 메이저리그 훈련 방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변 및 인프라 확대, 접근성 등을 고민해야할 시기다. 힘든 걸 거부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방향성 설정이 중요하다”며 “기술 및 신체 발달은 그 이후에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 (저변 확대가) 우리 모두의 과제다”라고 힘줘 말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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