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맨이 된 제라드 호잉에게 지난 한화에서의 3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해설위원이 된 김태균, 은퇴한 송광민 모두 그에게 그리운 이름이다.
호잉은 지난 2018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낯선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그의 한화행은 대성공이었다. 첫해 142경기 타율 .306 30홈런 110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독수리군단의 11년만의 포스트시즌을 이끈 것. 이후 재계약을 두 차례나 해내며 웨이버 공시된 2020년 6월 22일까지 약 3시즌 동안 한화 동료들과 함께 대전 라이프를 즐겼다.
14일 수원에서 만난 호잉은 방출 이후 지난 6월말 KT와 계약을 맺을 때까지 줄곧 한화 선수들과 연락을 나눴다고 밝혔다. 물론 함께 뛰던 김태균, 송광민 등은 이제 현역이 아니지만, 그는 “다른 한화 선수들과 대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또 최근에 김태균이 야구 해설위원이 된 걸 TV를 통해 봤다. 많이 웃었다. 해설위원 김태균도 얼른 만나길 기대한다”고 설렘을 전했다.

호잉이 한화와의 인연이 상당히 깊은 게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과거 이글스의 에이스 류현진과도 한솥밥을 먹었다. 호잉은 “류현진과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이용규 등 한화 동료들을 비롯해 사흘 동안 한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이젠 KT에서 정든 한화를 적으로 상대해야 한다. 또 그럴 준비도 돼 있다. 오는 3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둔 호잉은 “대전에서 좋은 추억이 많고 또 다시 그 곳에 갈 수 있어 좋다. 팀원들을 만나면 더 좋을 것 같다”면서도 “이젠 반대편 더그아웃에서 그들을 만나야한다. 내겐 KT가 이기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화 시절 지켜본 KT는 어떤 팀이었을까. 호잉은 “당시 KT는 어린 팀이었다. 잠재력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잠재력이 터지는 팀으로 성장했다. 요즘 보면 경기에 지더라도 출루율이 높다. 안정감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새 팀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한화 시절 가을야구에 만족했다면 KT에선 우승반지를 한 번 껴보고 싶다. 프로 생활 12년 동안 우승 경험이 없는 호잉은 “KT에 오면 우승반지에 가까워질 수 있어 복귀를 결심했다”며 “우승은 항상 야구를 하는 열망을 심어준다. 매일 연습과 경기에 임할 때마다 그 열망 때문에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게 된다. KT는 우승에 근접한 팀”이라고 반지를 향한 각오를 불태웠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