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구밖에 던지지 않은 노히터 투수가 6이닝만 던지고 교체했다. 충분히 노히터 게임에 도전할 만한 상황에서 감독은 왜 바꿨을까.
필라델피아 필리스 좌완 투수 맷 무어(32)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회까지 볼넷 2개만 내줬을 뿐 삼진 8개를 잡으며 노히터 피칭을 펼쳤다. 최고 94.6마일(152km) 포심 패스트볼(33개)을 중심으로 체인지업(19개) 커터(14개) 너클커브(10개)를 효과적으로 섞어 던지며 신시내티 타선을 침묵시켰다.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는 신시내티 간판 타자 조이 보토도 4회 3구 삼진을 당했다.
6회까지 무어의 투구수는 76개에 불과했다. 무어는 6회 타석에도 들어서 무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켰다. 투구를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였지만 7회 필라델피아 마운드에는 무어 대신 구원투수 헥티 네리스가 올라왔다. 2-0으로 리드 폭이 크지 않았지만 노히터 중인 투수를 76구 만에 교체한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필라델피아는 6-1로 승리했고, 무어도 시즌 2승(3패)째를 수확했지만 76구 노히터 교체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진] 맷 무어 2021.08.15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08/15/202108152212775075_61192d096a921.jpg)
조 지라디 필라델피아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어가 다음 등판도 선발로 던져야 한다. 그가 선발 보직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만큼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 시즌 선발과 구원을 넘나들고 있는 무어는 지난 11일 LA 다저스전 구원으로 ⅓이닝 10구를 던진 뒤 3일을 쉬고 이날 선발등판했다. 6회 투구를 마친 뒤 교체를 통보했다.
다소 타이트한 일정이고, 다음 등판도 선발로 준비하기 위해선 끊어가야 한다는 게 지라디 감독의 판단이었다. 지라디 감독은 교체를 결정한 뒤 덕아웃에서 무어에게 "내가 너에게 이렇게 하는 게 싫지만 다치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지라디 감독의 미안한 마음을 전달받은 무어도 "충분히 이해했다"며 "휴식을 취한 불펜이 있었고, 2점차 리드 상황이라 마음에 걸릴 게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조 지라디(오른쪽) 필라델피아 감독이 맷 무어를 교체하고 있다. 2021.04.18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08/15/202108152212775075_61192d09ac90a.jpg)
한 때 최고 98마일(158km) 강속구를 뿌리며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로 꼽힌 무어는 2011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데뷔 시즌을 마치자마자 8년 총액 375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기도 했다. 2013년 17승 평균자책점 3.29로 최고 시즌을 보내며 올스타에도 뽑혔지만 2014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구속과 기량을 잃었다.
저니맨으로 전락한 무어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었다. 13경기 6승3패 평균자책점 3.69의 성적을 냈다. 일본시리즈 3차전에 선발 7이닝 무실점으로 팀 우승에 기여했고, 시즌 후 필라델피아와 1년 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빅리그 복귀 시즌을 맞아 무어는 18경기(10선발) 2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6.07로 고전하고 있다. 4월 코로나19 밀접 접촉, 6월 허리 통증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어려움을 겪었고, 7월말에는 텍사스에서 투수 카일 깁슨이 트레이드로 합류해 선발 자리를 잃었다.
![[사진] 맷 무어 2021.04.18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08/15/202108152212775075_61192d09ef597.jpg)
하지만 또 다른 선발 체이스 앤더슨이 지난주 삼두근 염좌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무어에게 다시 선발 기회가 왔다. 선발 복귀전에서 6이닝 노히터 승리로 반등에 성공한 무어는 "필라델피아가 또 다른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 시즌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이곳에 있어 기분이 좋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팀이 긍정적으로 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