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부러진 상태로 "뛸 수 있다", 교체 거부한 노시환의 근성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8.16 05: 07

뼈가 부러지고도 "할 수 있다"며 참고 뛴 선수가 있다. 한화의 거포 3루수 노시환(21)은 이런 선수다. 
노시환은 지난 14일 대전 NC전에서 3회 최정원의 파울 플라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타구를 쫓다 3루 덕아웃 펜스 앞에 붙었고, 캐치와 동시에 몸이 거꾸로 기울었다. 방송 카메라와 사진 기자석 아래로 떨어지는 아찔한 순간. 덕아웃 근처에 있던 NC 선수들도 깜짝 놀라 노시환의 상태를 살폈다. 
노시환은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났다. 덕아웃 펜스를 넘어 1루로 돌아가며 미소를 살짝 보이기도 했다. 큰 부상이 아닌 것처럼 계속 뛰었다. 3회 타석에서 볼넷을 나간 뒤 주루를 이어갔고, 5회까지 3루 수비를 정상 소화했다. 

210424 한화 노시환. / dreamer@osen.co.kr

그러나 5회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6회 수비부터 이도윤으로 교체됐다. 참고 뛰었지만 통증을 감출 수 없었다. 이튿날 대전의 한 정형외과에서 CT 촬영을 한 결과 흉골 미세 골절로 드러났다. 최소 3주 동안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재활 경과에 따라 복귀 시기가 정해진다. 뼈가 붙기 전까지는 쉬어야 한다. 적어도 한 달가량 공백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8회초 2사 1루에서 한화 노시환이 두산 박건우의 3루 플라이 타구를 처리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하이라이트 장면이 될 만한 멋진 플레이를 하고 난 뒤 부상이라 정말 안타깝다. 좋은 시즌을 보내며 성장하는 해였는데 부상으로 제동이 걸렸다"며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하다 부상을 당했는데 노시환의 성격, 플레이 스타일이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도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에 따르면 노시환은 부상 직후 몸 상태를 체크할 때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이며 교체를 거부했다. 경기 중간 가슴을 만지며 통증을 느끼는 모습도 중계 화면에 잡혔지만 참고 뛰었다. 수베로 감독은 "본인이 뛰겠다는 의사 표현을 해 바로 교체하지 않았다. 이닝이 갈수록 대미지가 쌓인 것 같아 다시 체크했고, 빼는 게 좋을 것 같아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노시환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10일 광주 KIA전에서 느슨한 수비를 하는 바람에 따끔한 질타를 받았다. 당시 7회 KIA 선두타자 김태진의 강습 타구를 잘 잡았지만 1루로 포물선을 그리며 느리게 송구한 게 빗나가면서 실책으로 이어졌다. 제대로 스텝을 밟지 않은 안일한 플레이였고, 추가 실점의 발단이 됐다. 
4회초 2사에서 한화 노시환이 SSG 이재원의 3루땅볼에 몸을 날리고 있다. 2021.05.28 /jpnews@osen.co.kr
이날 경기 해설을 맡은 '한화 레전드' 김태균 KBSN스포츠 해설위원이 "여유 부리면서 힘 없는 송구를 해선 안 된다"고 애정 어린 일침을 놓기도 했다. 수베로 감독도 "상당히 좋지 않은 플레이였다. 너무 쉽게 송구했다. 1루수 이성곤의 포구도 안 좋았고, 프로 레벨에서 나와서는 안 될  실책이었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노시환이 평소에도 안일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아니다. 아직 어린 선수이고,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면 된다"며 그가 건성건성하는 선수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당시 송구 하나만 보면 느슨하고 안일했지만 야구계 전체에 위기감이 도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노시환의 플레이가 크게 부각됐다. 
2회초 무사 2루에서 한화 정진호의 외야플라이 때 2루주자 노시환이 3루로 달리고 있다.  2021.07.04
수비뿐만 아니라 주루까지 이 악물고 달려드는 노시환은 결국 몸을 날리다 부상을 당했다. 뼈가 부러진 상태로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시기에 찾아온 부상이라 아쉽지만 노시환이 어떤 선수인지 보여줬다. 수베로 감독은 "잠시 야구를 멈추게 돼 아쉽지만 회복에 집중하길 바란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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