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최대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강백호(22·KT 위즈)가 야구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식상한 사과가 아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을 통해 실력과 인성을 동시에 갖춘 강백호를 예고했다.
15일 수원 삼성전에서 7회 2타점 동점 2루타를 치며 팀의 6-4 역전승을 뒷받침한 강백호. 그러나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그는 결코 웃을 수 없었다. 3연전 스윕, 동점타의 기쁨보다 도쿄올림픽에서 일으킨 논란과 관련한 무거운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강백호가 비난의 대상이 된 건 지난 도쿄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불거진 이른바 ‘껌 논란’ 때문. 강백호는 조별예선부터 시작된 타격 부진과 더불어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6-10으로 뒤진 8회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며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를 중계하던 한국야구의 레전드 박찬호 해설위원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더 파이팅을 외쳐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리며 일은 더욱 커졌다.

강백호에게 직접 ‘껌 논란’의 전말을 들어보니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그는 “나도 한국 대표선수로 나가 경기를 정말 이기고 싶었고, 열심히 파이팅도 외쳤다. 쉽게 임한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강백호는 대회 기간 내내 남다른 투지와 승부욕으로 대표티을 위해 헌신했다. 역전타를 치고 1루에서 포효하고, 패배 후에는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이 화면에 여러 차례 잡혔다.

그러나 강백호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의도가 어찌됐건 지고 있는 상황에 넋 놓고 껌을 씹은 건 자신의 잘못이라 인정했다. 그는 “당시 내가 보여드리는 안 되는 모습을 보여드린 건 맞다. 충분히 질타를 받을만한 행동이었다.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했는데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내 나름대로 허탈하고 아쉬워서 그런 멍 때리는 장면이 나왔다. 당연히 경기 내내 그러진 않았다. 그러나 뭐라 변명할 여지 없이 죄송스럽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강백호가 꺼낸 단어가 ‘인성’이었다. 그의 입에선 죄를 지은 야구선수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강백호는 “팬들의 질타를 다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성실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할 것 같다”며 “앞으로 야구로 보답 드리기보다 사람으로서 팬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강백호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멘탈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많은 배움을 얻었다. 우물 안 KBO 타격 1위가 국제무대라는 큰물을 경험하고 나니 타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여러 나라의 내로라하는 좋은 투수과 타자들을 많이 봤다”며 “세계에는 정말 좋은 투수, 타자가 많다는 걸 느꼈다. 그들의 장점을 보며 스스로 연구했고, 그 결과 폼을 조금 간결하게 바꿨다. 이렇게 쳐도 충분히 잘 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야구와 더불어 멘탈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해진 강백호. 그는 “그 동안 국제대회에서 기대만큼 활약을 못했지만, 앞으로는 기대만큼 성장하고 발전해서 좋은 경기, 인성, 행동을 보여드리겠다”고 차세대 국가대표 중심타자다운 각오를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