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에이스 부재의 현실을 맛보았다.
KIA는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2년 동안 에이스 자리를 지켰던 애런 브룩스(31)가 대마초 성분이 들어있는 전자담배를 해외직구로 구입하려다 발각됐다. 생각치도 못한 상황이었다. 구단은 자체 회의를 거쳐 퇴출을 결정했고, 임의탈퇴로 황당하게 팀을 떠났다.
브룩스는 후반기 70경기 가운데 최소 15경기 등판이 예상됐다. 풀가동한다면 20경기까지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다니엘 멩덴의 복귀, 올림픽 자신감을 갖춘 이의리,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임기영까지 선발진의 짜임새가 좋았다. 12승 적자를 메울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당장 브룩스의 빈자리로 선발진 운영에 큰 주름살이 생겼다. 브룩스는 6~7이닝을 소화하는 에이스이다. 이 정도의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찾기는 어렵다. 불펜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은 젊은 선발 후보들을 두루 쓰며 빈자리를 메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KIA는 후반기 첫 주에서 대안의 가능성과 브룩스의 빈자리를 동시에 느꼈다. 브룩스 대신 선발기회를 얻은 우완 김현수는 11일 광주 한화전에서 5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희망을 안겼다. 올해 최고의 투구였다. 당분간 선발 기회를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브룩스 대신 1선발로 나선 임기영이 주춤했다. 후반기 첫 경기 10일 광주 한화전은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15일 인천 SSG전은 2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7실점했다. 전반기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임기영에게는 나흘 간격의 등판일정이 부담이었던 것이다
원래라면 브룩스가 주 2회 등판했어야 했다. 임기영은 2경기에서 6⅔ 밖에 소화하지 않았다. 나머지 이닝은 불펜투수들이 메워야 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 나흘 간격 등판도 가능한 이닝이터 브룩스의 빈자리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냉정한 현실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