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리풀 베이스볼!"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은 지난 15일 경기 전 취재진의 상대팀 NC 관련 질문에 갑자기 화색이 바뀌었다. 흉부 미세 골정상으로 이탈한 노시환 이야기를 하며 가라앉아있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며 기다렸다는 듯 전날 NC 야구에 칭찬을 쏟아냈다.
지난 14일 대전 NC-한화전은 난타전 끝에 9-9 무승부로 끝났다. NC는 8~9회 한화 필승조 강재민과 정우람에게 각각 1점씩 뽑아내며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후반기 새롭게 올라온 NC의 젊은 선수들이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8회 1사 1루에서 양의지의 우측 빗맞은 때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은 최정원은 단숨에 2루를 지나 3루까지 투베이스를 전진했다. 후속 애런 알테어의 희생플라이로 동점 득점을 올렸다. 9회에는 박준영, 박대온, 김주원이 3연속 번트로 한화 수비를 흔들었다. 김주원은 2~3루 연속 도루로 한화 마무리 정우람을 당황시켰다. 이날 NC는 무려 6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김주원 혼자 4개의 베이스를 훔치며 폭풍 주루를 선보였다. 최정원은 정우람과 8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적장' 수베로 감독에게도 강한 인상으로 남은 장면들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상대팀 선수들이지만 굉장히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야구였다. 주루와 타격 모두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찼다. 상대팀 감독으로는 만나고 싶지 않지만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기 좋았다. 내가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이기도 하다"고 칭찬했다.
구체적으로 8회 최정원의 투베이스 주루를 꼽았다. 수베로 감독은 "이 경기의 키플레이였다. 외야 빗맞은 타구가 나올 때 1루 주자는 보통 타구를 체크하느라 한 번 멈추기 마련인데 최정원은 지체하지 않고 3루까지 달리더라"며 9회 1사 3루에서 김주원의 기습적인 세이프티 번트에 대해서도 "그런 플레이를 과감하게 수행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재기발랄했다. 3연속 번트는 지금 미국 스타일과 맞지 않는 야구이지만 상대 수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플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5일 경기에서도 NC는 3회 최정원의 2루 도루에 이어 9회 김기환의 기습 3루 도루가 이어졌다. 수베로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이 바로 이런 것이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에게 실패할 자유를 부여하며 죽어도 좋으니 한 베이스 더 가는 과감한 주루를 계속 주문하고 있다. 리그 최다 32개의 도루 실패로 도루 성공률 9위(62.8%)에 그치고 있는 한화는 주루사(29개)와 견제사(9개)도 리그에서 가장 많다.
때로는 무모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전반기 최대 수확 중 하나로 주루를 꼽았다. 결과를 떠나 과정에서 선수들의 두려움 극복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몸부림치는 NC 젊은 선수들의 과감한 주루는 그래서 수베로 감독에게 더욱 인상적이었다.
코로나 술판 '4인방'이 무더기 징계로 시즌 아웃되고, 내야수 노진혁과 정현까지 부상을 당하며 주전 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빠진 NC는 내야수 최정원, 김주원, 최보성, 외야수 김기환 등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선수들이 독기 품고 뛰며 분위기를 바꿨다. 투수 강태경과 이우석도 마운드에 새 전력이 됐다.
![[사진] 최정원 /NC 다이노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8/16/202108161103774888_611a82010cffc.jpg)
NC 간판 나성범은 "열심히 하는 후배들을 보니 신인 때 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상대가 우리를 쉽게 보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10년 전 창단 때 초심으로 돌아간 NC는 후반기 첫 주를 2승2패2무로 생각보다 잘 싸웠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경기력으로 후반기 치열한 5강 싸움을 예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