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인데 거침없이 들어가더라” 마법사 군단의 신인 사이드암 당돌하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8.17 08: 14

“타자가 오재일인데 거침없이 들어가던데요?”
KT 위즈에 국가대표 1루수를 타석에 두고도 자기 공을 힘차게 던지는 당돌한 신인투수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최근 구원승으로 감격의 데뷔 첫 승을 장식한 우완 사이드암투수 지명성(19).
지명성은 신일고를 나와 2021 KT 2차 4라운드 35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가 이강철 감독의 눈에 띈 건 지난해 11월 익산 마무리캠프.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고교생 투수가 야무지게 공을 던지며 수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감독은 “가을 캠프를 갔는데 씩씩하고 예쁘게 잘 던지는 투수를 한 명 봤다”고 첫 인상을 설명했다.

13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7회초 KT 지명성이 역투하고 있다. 2021.08.13/youngrae@osen.co.kr

지명성은 일단 1군이 아닌 2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착실히 데뷔 시즌을 준비했다. 이후 퓨처스리그 개막과 함께 14경기 3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3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7월 9일 마침내 1군으로 올라와 그날 광주 KIA전에서 2이닝 1피안타 1사구 1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그리고 후반기 예상보다 빠르게 데뷔 첫 승이 찾아왔다. 11일 고척 키움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자신감을 얻은 지명성은 13일 수원 삼성전에서 다시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구원승으로 데뷔 첫 승을 장식했다.
지명성은 당시 2-6으로 뒤진 7회초 등판해 3번부터 시작된 타순에도 떨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다. 선두 호세 피렐라를 1루수 땅볼, 오재일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이원석을 볼넷 출루시켰지만, 김헌곤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끝낸 것. 그리고 이어진 7회말 타선이 7-6으로 경기를 뒤집으며 이날의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이강철 감독과 포수 장성우는 역전 원동력으로 지명성의 7회 무실점을 꼽았다.
1회초 신일고 지명성이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ks0919@osne.co.kr
사령탑이 가장 칭찬한 부분은 어떤 상황에도 주눅 들지 않는 멘탈. 이 감독은 “타자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공을 정말 잘 던진다. 투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공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오재일인데도 도망가지 않고 거침없이 들어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흔히 하는 말로 야물딱지게 던진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또한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투수다. 기본적으로 갖출 건 모두 갖춘 투수”라며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만, 지명성은 데뷔 첫 승에도 이틀 뒤인 15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1군 경험을 토대로 2군에서 약점을 보완하라는 의미의 익산행이었다. 이 감독은 “(3경기를 통해) 볼 건 다 봤다. 이제 몸만 더 만들면 보다 편안하게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기술, 멘탈은 모두 갖춰져 있기에 하드웨어만 좋아지면 된다”고 벌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명성은 운 좋게도 한국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였던 이강철 감독을 프로 첫 사령탑으로 만났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감독 또한 현역 시절 몸을 키우며 체구 약점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 감독은 “힘만 더 붙으면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투수다. 나도 그렇고 임창용 역시 왜소했지만 벌크업을 통해 구속이 늘어난 케이스”라며 지명성의 잠재력을 주목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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