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났지만 1군 데뷔전의 여운은 가시지 않았다. 이재희(삼성)는 지난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원정 경기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마운드를 밟았다.
선발 투수로 나선 이재희는 3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재희는 2-2로 맞선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심창민과 교체됐다.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지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16일 오후 통화가 닿은 이재희는 데뷔 첫 등판을 되돌아보며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1회 첫 타자 조용호 선배님과 상대할 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나서 긴장이 풀렸다. 이렇게만 던지면 들어가겠구나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1군 데뷔 첫 등판을 하루 앞두고 정현욱 투수 코치와 함께 마운드에 올라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 "경기 전 코치님께서 '마운드에 올라 야구장 분위기를 한 번 느껴보라'고 하셨는데 도움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삼성은 KT에 이틀 연속 덜미를 잡히며 3연전 싹쓸이 위기에 놓였다. 데뷔 첫 등판에 나선 이재희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을 듯.
"부담이 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제가 해야 할 부분만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조규제 육성군 투수 코치님께서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조용호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이재희는 "프로 데뷔 첫 삼진이라 기분 좋았다"고 씩 웃었다.

1회 2사 후 리그 타격 1위 강백호에게 우익수 방면 2루타를 허용했으나 3회 풀카운트 끝에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이재희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리그 최고의 타자인 강백호 선배님과 대결할 때 다른 선배님들과 상대할 때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아무래도 잡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그런 것 같다. 하나 맞고 하나 잡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3회 선두 타자 황재균에게 1군 데뷔 첫 피홈런을 허용한 걸 두고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들어가면 유리한 만큼 '친다고 다 안타 되겠어'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초구를 던졌는데 그냥 넘어갔다"고 털어놓았다.
정현욱 코치는 1군 데뷔 첫 등판을 마친 이재희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1회 첫 타자 삼진을 잡았을 때 코치님께서 박수를 쳐주시는 등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코치님께서 잘 던졌다고 칭찬하시면서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하라고 조언해주셨다"고 전했다.
데뷔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재희는 만족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그는 "감독님께서 공격적인 승부를 강조하셨는데 원하는 대로 잘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완해야 할 부분을 확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1군 데뷔 첫 등판을 마친 이재희는 1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재희는 "다음에는 길게 던지며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다음에 더 좋은 모습으로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