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수들은 지난달 자필 편지로 팬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한화 좌완 투수 김범수(26)가 꾹꾹 눌러쓴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팬 분들의 응원이 항상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감사한만큼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야구장 많이 찾아와 주세요. 사랑합니다'라고 팬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 김범수는 '뭐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이겨내겠습니다'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전반기 김범수는 33경기에서 3승6패3홀드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했다. 팀 내 핵심 불펜으로 중용됐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승부처에서 결승점을 자주 내주며 구원패가 계속 쌓였다. 답답한 나머지 팬들의 비난 화살이 김범수에게 향했다.

김범수는 그런 팬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는 "못하면 질타를 받는 게 맞다. 제가 워낙 못하다 보니 팬들이 욕을 더 해서라도 (답답함을) 푸셨으면 하는 의미에서 자필 편지에 그렇게 썼다"며 "매년 팬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욕을 먹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지난 2015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김범수는 김민우와 함께 팀 내 최고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는 어느 팀에서나 기대가 크다. 2018년부터 1군 주력 투수로 올라섰지만 크고 작은 부상과 제구 문제로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올해까지 4년 연속 5점대 평균자책점이다.

늘 자신감 넘치는 성격의 김범수이지만 올해는 스스로 위축되기도 했다. 김범수는 "7패를 당했다. 결과가 안 좋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괜찮다. 끝까지 너를 쓰겠다'고 말해주시는 데도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터닝 포인트는 우연히 찾아왔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10~11일 광주 KIA전에서 2경기 연속 실점으로 결과는 안 좋았지만 투구 세트 포지션에서 '감'을 찾았다. 김범수는 "광주에서부터 세트 포지션에 감이 왔다. 전반기 안 좋았기 때문에 후반기를 앞두고 변화를 줬다. 호세 로사도 코치님과 함께 세트 포지션을 바꾼 뒤 변화구가 잘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15일 대전 NC전에서 이틀 연속 1이닝 무실점 홀드를 거뒀다. 이어 17일 대전 삼성전에는 1⅔이닝 무실점으로 3경기 연속 홀드를 따냈다. 특히 이날 삼성전은 7회부터 김상수-박해민-구자욱-호세 피렐라-오재일까지 5타자 연속 삼진을 잡는 위력을 과시했다. 최고 150km 직구에 141km 고속 슬라이더까지 던지며 연신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김범수는 "5타자 연속 삼진, 3경기 연속 홀드 모두 야구하면서 처음 해봤다. 변화를 준 세트 포지션이 맞아떨어지면서 자신감이 살아났다. 딱 한 포인트 바뀌었는데 좋아졌다. 그게 야구인 것 같다"며 "이제 (20대) 후반으로 가는 나이다. 경험을 쌓는 것보다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좋은 감을 잘 유지해 후반기는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