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좌완 투수 백정현(33)의 기세가 대단하다. 2010년 류현진(토론토) 이후 11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바라볼 정도로 위력적이다.
백정현은 지난 18일 대전 한화전에서 두 번의 우천 중단으로 경기가 56분 동안 지연되는 악재를 딛고 6이닝 3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로 삼성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2007년 프로 입단 후 처음 시즌 10승(4패) 고지를 밟는 순간이었다.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7년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백정현은 왼손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015년까지 169경기(6선발) 3승6패12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5.70으로 성장이 기대에 못 미쳤다.

매년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만 되면 기막힌 공을 던져서 '오키나와 커쇼'로 불렸다. 그런데 시즌에 들어가선 그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2016년 불펜으로 활약한 뒤 2017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왔지만 지난해까지 4~5선발 수준이었다. NC전에 유독 강했지만 나머지 팀들을 상대로는 평범했다.
하지만 프로 15년차가 된 올해 백정현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18경기에서 103⅔이닝을 소화하며 10승4패 평균자책점 2.17 탈삼진 71개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전체 1위에 다승 공동 2위, 이닝 4위. 이닝은 국내 투수 중 1위다. 구속은 그대로인데 투심 비중을 늘리고 제구가 잡히며 톱클래스로 올라섰다.

시즌이 갈수록 위력적이다. 월별 평균자책점을 보면 4월(3.81) 5월(4.43)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6월(0.88) 7월(0.66) 8월(0.00) 모두 0점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일 창원 NC전 1회 2사 후 양의지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 마지막 실점으로 최근 26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어느새 백정현은 평균자책점 부문 전체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2위 에릭 요키시(키움 2.45)와 격차를 조금씩 벌리면서 1점대로 다가서는 중이다. 2000년대 이후 KBO리그에서 규정이닝 평균자책점 1점대 투수는 딱 한 명 있다. 메이저리거 류현진이 한국의 마지막 1점대 투수로 남아있다.

지난 2010년 한화에서 활약한 류현진은 그해 평균자책점 1.82로 이 부문 1위에 오른 바 있다. 그 이후 지난해 요키시가 2.14로 1점대에 가장 근접했다. 백정현의 지금 기세라면 11년 전 류현진의 기록까지 넘볼 만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첫 FA 자격을 얻는 백정현의 가치도 폭등할 기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