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휴식’ 던지면 ERA 1점대, 괴력의 투수 “220이닝도 가능하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08.19 07: 14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다. 어느 정도 던지면 단련이 될 수 있지만 많이 쓸수록 한계에 다다른다. 선발 투수들은 5일 로테이션으로 던지고, 불펜 투수들은 혹사를 피하기 위해 3연투는 되도록 피한다.
KT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는 이를 역행하는 투수다. 괴력이다.
데스파이네는 올림픽 휴식기를 푹 쉬고 지난 13일 삼성전에서 후반기 첫 등판을 했다. 3⅓이닝 7피안타 6실점으로 난타 당하고 조기 강판됐다. 올 시즌 최소 이닝으로 고개 숙였다.

13일 삼성전 3회초 KT 데스파이네가 구심의 볼넷 판정에 아쉬워하고 있다. 2021.08.13 /youngrae@osen.co.kr

‘4일 휴식’ 후 18일 LG전에 선발 등판한 데스파이네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1회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출발한 그는 7이닝을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냈다. 외야로 뻗어간 안타는 1개 뿐이었다. 불펜 부담도 덜어주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해부터 ‘4일 휴식’ 등판을 선호했다. 미국에서부터 4일 휴식에 익숙했고, 5일 간격으로 등판해야 더 잘 던진다며 코칭스태프에게 4일 휴식이 문제없다고 했다.
KBO리그는 월요일 휴식일이 있어 화요일-일요일 두 차례 등판인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5일 휴식’ 선발 등판이 정착화됐다. 데스파이네는 리그 다른 투수들과 달리 4일 휴식 선발을 고수하고 있다.
18일 LG전 3회초 LG 홍창기가 KT 데스파이네의 투구를 몸에 맞고 고통을 호소한 후 출루할때 데스파이네가 다가와 사과하고 있다. 21.08.18/ rumi@osen.co.kr
기록으로 입증하고 있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20경기에 등판해 9승 6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4일 휴식일 때 11경기 8승 3패 평균자책점 1.46으로 언터처블 구위를 보여줬다. 하지만 5일 휴식일 때는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4.91이다. 6일 이상 쉬고 등판했을 때는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5.49로 더 안 좋았다.
지난해도 4일 휴식으로 24경기에 등판해 13승 4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는데, 5일 휴식일 때는 8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6.80이었다. 평균자책점이 거의 2배 가까이 높았다.
데스파이네는 경기 후 "4일 쉬고 지속적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좋은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된다. 직구든 변화구든 제구가 잘 된다. 지난 경기(삼성전)처럼 많이 쉬고 던지면 몸이 생각만큼 제구가 안 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예전부터 계속 그렇게 던져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휴식 등판이 체질인 것 같다. 
4일 휴식 등판은 다른 선발 투수들에게 추가적인 휴식을 주는 부수효과도 있다. 또 데스파이네는 남들보다 많은 경기에 등판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 그는 200이닝에 대한 욕심, 자부심이 있다. 
지난해 35경기에서 207.2이닝을 던지며 가장 많은 이닝을 기록했다. 19일 현재 20경기에서 113이닝을 던졌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시작하면서 220이닝을 목표로 했다. 그는 "220이닝 목표는 변함없다. 남은 시즌에 15~16경기 정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처럼 이닝을 소화한다면 작년보다 많은 이닝도 가능할 거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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