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다. 어느 정도 던지면 단련이 될 수 있지만 많이 쓸수록 한계에 다다른다. 선발 투수들은 5일 로테이션으로 던지고, 불펜 투수들은 혹사를 피하기 위해 3연투는 되도록 피한다.
KT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는 이를 역행하는 투수다. 괴력이다.
데스파이네는 올림픽 휴식기를 푹 쉬고 지난 13일 삼성전에서 후반기 첫 등판을 했다. 3⅓이닝 7피안타 6실점으로 난타 당하고 조기 강판됐다. 올 시즌 최소 이닝으로 고개 숙였다.

‘4일 휴식’ 후 18일 LG전에 선발 등판한 데스파이네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1회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출발한 그는 7이닝을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냈다. 외야로 뻗어간 안타는 1개 뿐이었다. 불펜 부담도 덜어주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해부터 ‘4일 휴식’ 등판을 선호했다. 미국에서부터 4일 휴식에 익숙했고, 5일 간격으로 등판해야 더 잘 던진다며 코칭스태프에게 4일 휴식이 문제없다고 했다.
KBO리그는 월요일 휴식일이 있어 화요일-일요일 두 차례 등판인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5일 휴식’ 선발 등판이 정착화됐다. 데스파이네는 리그 다른 투수들과 달리 4일 휴식 선발을 고수하고 있다.

기록으로 입증하고 있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20경기에 등판해 9승 6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4일 휴식일 때 11경기 8승 3패 평균자책점 1.46으로 언터처블 구위를 보여줬다. 하지만 5일 휴식일 때는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4.91이다. 6일 이상 쉬고 등판했을 때는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5.49로 더 안 좋았다.
지난해도 4일 휴식으로 24경기에 등판해 13승 4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는데, 5일 휴식일 때는 8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6.80이었다. 평균자책점이 거의 2배 가까이 높았다.
데스파이네는 경기 후 "4일 쉬고 지속적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좋은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된다. 직구든 변화구든 제구가 잘 된다. 지난 경기(삼성전)처럼 많이 쉬고 던지면 몸이 생각만큼 제구가 안 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예전부터 계속 그렇게 던져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휴식 등판이 체질인 것 같다.
4일 휴식 등판은 다른 선발 투수들에게 추가적인 휴식을 주는 부수효과도 있다. 또 데스파이네는 남들보다 많은 경기에 등판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 그는 200이닝에 대한 욕심, 자부심이 있다.
지난해 35경기에서 207.2이닝을 던지며 가장 많은 이닝을 기록했다. 19일 현재 20경기에서 113이닝을 던졌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시작하면서 220이닝을 목표로 했다. 그는 "220이닝 목표는 변함없다. 남은 시즌에 15~16경기 정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처럼 이닝을 소화한다면 작년보다 많은 이닝도 가능할 거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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