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기다림 끝에 MVP 시즌→FA 대박 예고 "백정현 야구, 이제 시작"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8.20 06: 14

삼성 좌완 투수 백정현(34)은 지난 2007년 2차 1번 전체 8순위로 지명됐다. 대구 상원고 3학년 시절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느라 한 경기도 던지지 않았지만 꾸준하게 관찰해온 삼성이 상위 순번으로 백정현을 지명했다. 매년 일본 스프링캠프 때마다 '오키나와 커쇼'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그러나 좀처럼 잠재력이 터지지 않았다. 2015년까지 1군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6년 불펜으로 1군에 자리잡은 뒤 2017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했다. NC전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나머지 팀들을 상대로는 평범한 4~5선발에 가까웠다. 어느새 나이도 30대 중반으로 향하면서 입단 당시 특급 유망주의 기억은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입단 15년차가 된 올해, 백정현의 기량이 만개했다. 18경기에서 103⅔이닝을 소화하며 10승4패 평균자책점 2.17로 커리어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데뷔 첫 10승과 함께 평균자책점은 리그 전체 1위. 6월(0.88) 7월(0.66) 8월(0.00) 모두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갈수록 더 위력적이다. 지난 2010년 한화 류현진(1.82) 이후 11년 만에 규정이닝 1점대 평균자책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8일 오후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5회말 종료 후 삼성 백정현이 더그아웃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1.08.18 /ksl0919@osne.co.kr

[사진] 2007년 신인 시절 백정현 /OSEN DB
다승 공동 2위에 이닝도 전체 5위이자 국내 투수 1위. 이제는 리그 MVP 후보라 할 만하다. 투수 쪽에선 넘버원 성적을 찍고 있는 백정현은 꿈의 4할 타율에 도전 중인 강백호(KT)의 MVP 레이스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만 34세 늦은 나이에 찾아온 전성기다. 
백정현이 입단할 때부터 쭉 지켜봐온 허삼영 삼성 감독은 "이제 기량이 만개하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자신의 야구 길을 열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이는 있지만 길게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인성을 가졌다. 특별한 부상 이슈가 없는 한 오랫동안 활약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37km로 140km때 중반을 던지던 20대 시절과 비교하면 많이 느려졌다. 하지만 전혀 만만한 공이 아니다. 허 감독은 "볼을 남발하는 빠른 공은 효용 가치가 없다. 백정현은 구속이 140km 이상 나오지 않지만 익스텐션이 길고,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 타자들이 130km대 중후반 직구에도 헛스윙을 하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백정현이 역투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이어 허 감독은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 생겼다. 상대 타자 약점에 맞춰 핀포인트로 던질 수 있는 게 가장 큰 변화"라며 멘탈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원래 말수가 없고, 표정 변화도 없다. 심성이 좋은 선수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마운드에서 투쟁심이 있다. 건실하고 근면하고 성실하다"고 거듭 칭찬했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기를 보내며 어느 때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백정현답게 무덤덤하다. "주변에서 10승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지금은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 평균자책점도 크게 의식 안 한다. 올해 제구에 집중해 훈련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백정현의 말이다. 
삼성 선발 백정현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시즌을 마친 뒤 백정현은 데뷔 첫 FA 자격을 얻는다. MVP급 시즌 이후 FA, 시기적으로 딱 좋다. 30대 중반의 나이가 아쉽지만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는 모든 팀들이 탐낼 수밖에 없다. 마음이 들뜰 법도 하지만 FA에 대해서도 "감흥이 별로 없다. 신경 쓴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는 백정현다운 대답이 나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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