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없는 살림에 176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했나 싶다. 두산 베어스가 재계약한 FA 4명 중 3명이 2군에 있는 악재 속 7위마저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
두산은 지난 19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56억 FA 외야수 정수빈을 전격 1군에서 제외했다. 18일 만루 찬스서 포수 땅볼에 그치는 등 올 시즌 51경기 타율 1할9푼7리의 극심한 부진을 겪자 사령탑이 결단을 내린 것. 두산 김태형 감독은 “대수비, 대주자로는 타격감을 잡기 어렵다. 2군에서 자주 뛰며 감각을 끌어올리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올 시즌 두산의 FA 농사가 이 정도로 흉작일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내부 FA 7명 중 최주환(SSG), 오재일(삼성), 이용찬(NC)과는 결별을 택했으나 그래도 모기업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허경민(4+3년 85억원), 김재호(3년 25억원), 정수빈(6년 56억원), 유희관(1년 10억원) 등 4명을 잡으며 계약이 합리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사진] 좌측부터 정수빈-유희관-김재호](https://file.osen.co.kr/article/2021/08/20/202108200059773020_611e810889279.jpg)
일단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90년생 듀오 허경민, 정수빈의 기량은 의심조차 안 했다. 이들의 리그 경쟁력은 이미 지난 13년 동안 충분히 검증이 된 상황. 여기에 베테랑 김재호는 녹슬지 않은 유격수 수비를 비롯해 루키 안재석의 멘토 역할을 기대했고, 유희관도 선발진에서 8년 연속 10승의 관록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허경민을 제외한 3명의 첫해 모습은 부진과 실망 그 자체였다. 유희관은 9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8.15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15일 말소됐고, 김재호는 43경기 타율 2할3푼5리의 부진과 잦은 부상 속 6월 12일 LG전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휴식기 가족을 경기장에 데려오는 ‘피크닉 논란’으로 구단에 폐를 끼치기도 했다.
FA 시장에서 구단 역사상 유례없는 176억원이란 거액을 들인 두산. 그러나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며 81경기를 치른 현재 그 중 91억원 3인방이 2군에 있는 씁쓸한 상황을 맞이했다. 두산은 이들을 2군 선수로 쓰기 위해 없는 살림에 큰돈을 투자한 게 아닐 것이며, 그렇기에 세 선수의 동반 부진이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4경기 연속 승리에 실패한 두산은 이제 8위 롯데에 불과 2경기 앞선 위태로운 7위가 됐다. 당초 후반기 시작과 함께 “위를 바라보며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전반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순위 하락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
사실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소비 및 투자는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 또 그러기 위해 지갑을 과감히 여는 것이다. 그러나 두산은 큰돈을 거머쥔 4명 중 무려 3명이 1군에서의 부진을 넘어 아예 2군에 머물러 있다. 이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두산이 7위에 있는 주된 이유라고 봐도 무방하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