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서" 독해지고 성숙해진 9억팔, 키움의 납세가 줄어든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8.20 14: 37

“그동안 감독님, 코치님께 보여주기 위한 야구를 했다. 이제는 나를 위한 야구를 하겠다.”
키움 히어로즈 신인 장재영(19)은 남다른 계약금(9억 원)만큼이나 기대를 많이 모았다. 150km 중반대의 강속구는 장재영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강속구의 위력을 반감시키는 제구력은 장재영에 대한 의문점을 커지게 만들었다.
개막 엔트리에 합류했고 시즌 초반에는 장재영의 역량에 대한 기대치가 더 컸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실패가 장재영에게는 뼈아팠고 그를 향한 족쇄가 될 수 있는 경기가 됐다. 부정적인 의미로 모든 이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7회초를 마친 키움 장재영이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1.08.13/rumi@osen.co.kr

지난 4월 29일 고척 두산전, 장재영은 데뷔 첫 선발 등판에 나섰다. 결과는 참혹했다. ⅓이닝 동안 볼넷 5개를 헌납하면서 5실점 했다. 1회에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자신의 단점인 제구 불안만 노출시켰다. 결국 장재영의 전반기 마지막 1군 등판이 됐다.
키움은 장재영을 완벽하게 육성하기 위해 장기 플랜을 수립했다.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면서 긴 호흡으로 장재영을 지켜보기로 했다. 올 시즌 1군에 더 이상 던지지 못하더라도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거액의 계약금을 투자했고, 여기에 더해 경험치를 쌓기 위한 납세 기간까지 감수하겠다는 구단의 복안이었다.
그런데 원정 숙소 술판 파문으로 한현희, 안우진가 사실상 시즌 아웃 됐다. 투수진의 질과 양 모두 부족해졌고 키움의 플랜도 달라졌다. 미완의 대기지만 장재영의 잠재력에 대한 유혹을 이기기 힘들었다. 후반기, 다시 1군에 올라왔고 불펜에서 차근차근 다시 경험을 쌓고 있다. 2군 선발 수업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현재 성과는 괜찮다. 후반기 3경기 3이닝 3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이다. 볼넷은 아직 1개도 내주지 않았다. 패스트볼 위력을 유지한 채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을 가다듬고 올라왔다.
기대보다 빠른 급속 성장. 장재영은 실패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1군에서 경험을 많이 했다. 2군에서 단점을 보완하고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군에서도 물론 초반에는 잘 안됐다. 그래도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얻는 게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갖고 있는 구위에 비해 투수 경험이 많지 않다. 그렇기에 더 많은 공을 던지며 스스로를 단련했다. “공을 던지는 것은 감각이다. 그래서 야간 훈련에서 혼자 공을 많이 던졌다”라면서 “혼자 공을 던지다 보니까 감각 외에도 심리적인 부분도 큰 것 같다. 방금 공이 빠지더라도 다음 공도 빠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 전에는 두려움이 컸지만 이제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었다. 심리적으로 편해졌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긍정적인 생각만 하면서 기복을 줄이려고 하는 장재영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야구를 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은 것이 소득이었다. 그는 “1군에서 실패를 한 뒤 후회를 가장 많이 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지만 내 야구를 하기보다 감독님, 코치님에게 보여주려는 야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그때 ‘내가 왜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야구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었고 나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후반기 장재영의 목표는 결국 ‘나를 위한 야구’다. 목표를 정했고 동기부여의 요소도 생겼다. 입단 동기인 이의리(KIA), 김진욱(롯데)이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된 것이 장재영에게는 자극제였다. 그는 “의리와 진욱이 모두 올림픽 기간 연락을 했다. 그 친구들은 잘 준비를 했기에 도쿄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나는 2군에 있었다.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했고 부럽기 보다는 독하게 마음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팀으로서는 전반기 주축 투수들의 이탈이 불상사가 최대 악재였지만 장재영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는 “팀으로서는 안 좋은 일이지만 저에게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도 준비를 잘 하다보면 1군에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군에서 부를 때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보다 내가 준비했던 것을 보여주고 나의 야구를 하자고 다짐하고 올라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데뷔 시즌이 채 지나기도 전에 장재영은 성숙해졌고 또 독해졌다. 키움 입장에서도 장재영에게 필연적이었던 납세의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홍원기 감독은 장재영을 향해 조심스럽지만 이전보다 기대치가 높아졌다. 그는 “기복 없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후반기, 그리고 포스트시즌, 내년 시즌에도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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