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가 있는 삶…'ERA 1위' 롯데 마운드 천지개벽, 최단 경기 시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8.20 05: 14

 롯데 자이언츠 투수진의 후반기 대약진은 '천지개벽'할 정도다. 그리고 덩달아 선수들의 ‘퇴근 시간’도 앞당겨졌다. 선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이미 시리즈 2승을 선점해 위닝시리즈를 예약한 뒤 나섰던 지난 19일 키움과의 경기가 1회말 우천 노게임으로 선언이 되면서 시즌 첫 스윕 기회가 사라졌지만 지옥의 7연전에서 숨통을 틔울 수 있었기에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연일 접전을 펼치면서 피로가 쌓이는 선수단에게는 단비였다.
연일 접전을 펼쳤고 이를 승리로 연결시켰다. 투수진의 힘이 컸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5.63(10위), 피OPS .798(10위), 이닝 당 출루 허용 1.58(9위) 등 투수 지표 대부분이 꼴찌에 머물렀던 투수진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휴식기를 거치면서 환골탈태했다. 평균자책점 2.57(1위), 피OPS .590(2위), 이닝 당 출루 허용(2위) 등 대부분의 지표가 이제는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서튼 감독 주도 하에 올림픽 휴식기 동안 열린 ‘서머캠프’의 효과가 톡톡히 발휘되고 있다. 서튼 감독은 부임과 동시 여러 선수들을 테스트하면서도 자신의 목표는 확고하게 선수단에게 전달했다. 그는 “선수단에 전달한 ‘챌린지’ 중 하나가 ‘안타 10개를 치지 않고도 이길 수 있어야 한다’였다. 후반기에는 선수들이 잘 이행을 해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투수진이 탄탄해야 자신이 강조하는 ‘위닝 컬쳐’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는 의미였다.
여기에 경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있었던 휴식기 동안 투수와 포수, 해당 파트 코칭스태프들 모두 모여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들을 가졌다. 서튼 감독은 “캠프 기간 이용훈 코치, 임경완 코치, 브랜든 맨 피칭 코디네이터, 최현 배터리 코치와 투포수들이 함께 모여서 데이터들을 공부했고 우리 팀 투수들 개개인의 강점, 최고의 무기들을 재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라며 “강점을 극대화 하면서 발전해야 하는 지점들을 논의하고 고민했다. 투수들이 자기 강점을 알고 자신 있게 상대 타자들을 공략하면서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머캠프' 기간 동안 투수진의 준비 과정을 말하는 서튼 감독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후반기 6연속 세이브 행진을 펼치고 있는 김원중은 “큰 틀에서 코치님이 ‘항상 자기 자신을 믿고 확신을 갖고 공을 던져라’고 말씀해주셨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확신을 갖고 확신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가자는 주문을 하셨고 그 결과가 지금 나오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사직 키움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6이닝 무실점)을 따낸 최영환은 “그냥 현재 우리 투수진에 걱정거리가 없는 것 같다. 부정적 생각이나 행동들이 없다. 그래서 마운드를 내려올 때도 마음 편하게  내려왔다. 불펜진이 그냥 잘 던져줄 것 같았다”라며 선수들 사이의 믿음과 확신을 언급했다.
결국 투수진의 활약과 함께 롯데는 후반기 가장 빨리 ‘퇴근’을 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롯데는 전반기 지독히 긴 경기 시간으로 악명이 높았다. 긴 경기 시간은 졸전을 의미했고 선수단의 피로가 누적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항상 노출이 돼 있었다. 전반기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5분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길었다. 경기 종료 시간이 10시를 훌쩍 넘긴 적이 많았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투수진이 이닝을 깔끔하게 끝내고 매듭 짓고 있다. 당연히 경기 시간도 단축됐다. 후반기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 53분이다. 약 30분이 빨라졌고 10시 이전에 선수들이 퇴근할 수 있게 됐다.
경기를 속전속결로 끝낼수록 선수들의 휴식 시간은 길어지고 체력도 아낄 수 있다. 밀도 높은 경기에 선수들의 집중력도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복적인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후반기와 함께 롯데 투수진은 180도 바뀌었고 후반기 대진격을 향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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