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쉬고 돌아온 만큼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연승을 이어가기 위해 집중했던 게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졌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이 후반기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
원태인은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7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다. 삼성은 SSG를 3-2로 꺾고 18일 대전 한화전 이후 3연승을 달렸다. 원태인은 시즌 11승째를 거두며 에릭 요키시(키움)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1회 위기 상황에서 구자욱의 빨랫줄 송구로 추신수의 홈 쇄도를 저지했고 0-2로 뒤진 5회 호세 피렐라가 동점 투런 아치를 터뜨린 데 이어 6회 강민호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날려 3-2로 전세를 뒤집었다.
원태인이 선발 임무를 마친 뒤 최지광, 이승현, 우규민, 오승환 등 계투진이 3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1점차 승리를 지켰다.
원태인은 경기 후 "푹 쉬고 돌아온 만큼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연승을 이어가기 위해 집중했던 게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쿄 올림픽에 다녀온 뒤 어깨 피로 증세로 한 차례 선발 등판을 거른 그는 컨디션 회복에 주력했다. "어깨 피로 증세가 있었고 핑계 같지만 선수촌에 훈련 시절이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밸런스가 깨져 있었다. 열심히 운동하고 투구 밸런스를 다시 잡기 위해 노력했다. 100% 상태는 아니지만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 원태인의 말이다.
지난해까지 '전강후약'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후반기 첫 등판을 승리로 장식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후반기 진짜 기분 좋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동안 후반기에 안 좋은 이야기가 들려 더 잘하고 싶었다. 오늘 100%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형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1회 고종욱과 추신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는 등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그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몸에 힘이 빠지고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어~ 어~ 하다 보니 (연속 안타를) 맞고 있었다. 나 스스로 '태인아 정신 차려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구)자욱이 형이 위기 상황에서 좋은 수비로 상대 흐름을 끊어줬다. 덕분에 다음 이닝에 좋게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로서 동료들의 도움을 제대로 받은 날이었다. 원태인은 "5회 피렐라의 홈런으로 동점이 되자마자 다음 이닝은 무조건 막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6회 선두 타자로 나선 최정 선배님께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힘들게 동점을 만들어줬는데 다시 점수를 내주기 싫어 정말 이 악물고 던졌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위기를 넘기고 나서 다음에 점수 날 것 같았는데 (강)민호 형이 홈런을 쳐줬다. 이 악물고 던진 보람이 있어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1점차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원태인. 승리의 짜릿함은 배가 됐다. "올해 들어 제가 등판할 때마다 불펜 형들이 한 경기도 빠짐없이 잘 막아줬다. 오늘도 믿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잘 막아줬다. 1점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 투수가 되면 뿌듯함은 더 크다".
원태인은 다승왕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솔직히 욕심이 없었는데 이제 할 수 있는 게 우승과 다승왕 뿐이다. 다승왕 경쟁을 하면서 승수를 쌓으면 그만큼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다승왕 레이스를 이어가고 싶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10승 트리오 데이비드 뷰캐넌과 백정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원태인은 "뷰캐넌과 정현이 형 같은 경험이 풍부한 투수가 이끌어주니 큰 힘이 된다. 정현이 형이 연패를 끊어주고 뷰캐넌이 연승을 이어간 덕분에 제가 부담 없이 던질 수 있었다. 좋은 투수와 함께한다는 게 상대에게 압박도 주지만 여러모로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