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출신이 부럽지 않다. 지난해 대만에서 뛰다 올해 한국으로 건너온 외국인 투수들이 성공 사례를 쓰고 있다. 두산 아리엘 미란다(32)와 한화 라이언 카펜터(31)가 나란히 탈삼진 1~2위에 오르며 내년 시즌 재계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21일 잠실 한화-두산전은 외국인 투수들이 연이어 경기를 지배했다. 20일에는 미란다가 7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그러자 21일 카펜터가 7이닝 4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를 펼치며 양 팀이 1승씩 주고받았다.
두 선수 모두 시즌 전체 성적도 좋다. 미란다는 18경기에서 108⅔이닝(공동 3위) 9승4패 평균자책점 2.73(6위) 탈삼진 141개(1위)를 기록하고 있다. 카펜터도 19경기에서 107⅔이닝(공동 5위) 5승8패 평균자책점 3.09(10위) 탈삼진 120개(2위)로 수준급 성적을 내고 있다.

계약 당시만 해도 미란다와 카펜터에겐 걱정 섞인 시선이 있었다.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최근까지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다 건너왔지만 두 선수는 지난해 대만프로야구에서 뛰었다. 대만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리드 수준을 감안해야 했다.

대만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프로리그 중 가장 규모가 작고, 외국인 선수 대우도 좋지 않다. 일본이나 한국을 거친 외국인 선수들에게 종착역과 같은 곳으로 올해도 헨리 소사, 에스밀 로저스, 브록 다익손, 드류 가뇽, 덱 맥과이어, 펠릭스 듀브론트 등 KBO리그를 떠난 선수들이 상당수 대만에 있다.
지난겨울 미란다와 카펜터는 반대로 대만에서 한국에 넘어왔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마이너리그가 모두 취소됐고, 실전 감각 변수가 생기면서 두산과 한화는 대만으로 눈길을 돌렸다. 대만에서 풀시즌을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유지한 미란다와 카펜터가 레이더망에 걸렸다. 미란다는 80만 달러, 카펜터는 50만 달러로 신규 외국인 선수 100만 달러 상한액을 밑돌았다. 일부에선 '돈 아끼기 위한 영입'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기우였다. 시즌 초 제구 문제가 있었던 미란다는 평균 146km 빠른 직구와 포크볼로 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한 뒤 갈수록 위력적이다. 카펜터는 196cm 큰 키와 크로스 스탠스에서 나오는 까다로운 디셉션, 각도로 시즌 초부터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페이스를 이어가면 둘 모두 재계약이 유력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