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토종 에이스가 돌아왔다. 그리고 승리 투수 자격이 되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NC 이재학은 2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2피홈런) 2볼넷 7탈삼진 3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패전 위기까지 몰렸지만 스스로 경기를 지탱했고 타선의 도움으로 극적인 승리까지 따냈다.
이재학은 올 시즌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이 됐지만 첫 2경기에서 모두 부진했다. 결국 2경기 만에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고 6월 중순, 김영규의 팔꿈치 통증으로 다시 선발진으로 돌아왔다. 이재학으로서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부진과 호투의 격차가 너무 컸고 좀처럼 안정감을 심어주지 못하는 투수가 됐다. 왕년의 에이스 칭호를 얻었던 투수였지만 현재는 아쉬움 투성이었다.

그러나 전반기 막판부터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은 모양새다. 6월 22일 롯데전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이후 27일 SSG전에서는 5회를 채우지 못했지만 4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 됐다. 그리고 후반기 첫 등판이던 13일 한화전 7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6탈삼진 1실점으 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다만, 이 역시도 통산 전적에서 절대적인 강세에 있던 한화였기에 재고의 여지가 있었다. 이재학의 통산 한화전 성적은 28경기(26선발) 17승4패 평균자책점 3.09였다. 이제는 매 경기 시험대에 올라서야 하는 이재학의 입장이었다.
이날 이재학은 자신에게 놓여진 심판의 무대에서 완벽투를 펼쳐 나갔다. 3회까지 퍼펙트였다. 흠 잡을 곳이 없는 투구 내용이었다.
그러나 4회 집중타를 허용했다. 선두타자 홍창기에게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문보경에게 볼넷, 서건창에게 투런포를 얻어 맞았다. 순식간에 3실점 했다. 위기는 이어졌다. 김현수, 오지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이형종은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파울타구를 1루수 강진성이 덕아웃 난간에 기대어 잡아내면서 한숨을 돌렸다.
위기는 이어졌다. 이영빈에게 볼넷을 내줘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재원을 삼진, 유강남을 좌익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유강남의 안타성 타구를 좌익수 김기환이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며 이재학도 가슴을 쓸어 내렸다.
4회 흔들렸던 이재학은 다시 각성했다. 5회초 2사 후 서건창에게 우전 안타, 김현수에게 2루타를 내주며 2사 2,3루 위기에 몰렸지만 오지환의 기습번트 타구를 처리하며 다시 한 번 위기를 극복했다.
5회까지 89개를 던진 이재학. 6회 교체가 예상됐지만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리고 이형종, 이영빈, 이재원을 모두 삼진으로 솎아내며 깔끔하게 이날 사실상 마지막 이닝을 끝냈다.
이재학이 4회 흔들렸지만 최소 실점으로 버텨내자 타선도 뒷심을 발휘했다. 6회말 나성범의 볼넷, 양의지의 단타로 만들어진 무사 1,3루에서 알테어가 좌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4-3으로 역전을 일궜다. 덕아웃에서 지켜보던 이재학은 굳어있던 표정이 펴지면서 활짝 웃었다. 결국 이재학이 내려간 뒤 불펜진은 완벽하게 틀어막았고 승리로 이어졌다.
경기 후 이재학은 “팀이 이길수 있는데 보탬이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직구가 계속 좋다 보니까 피칭하기도 수월했고 체인지업도 잘 먹혔다”라면서 “저번 경기도 그렇고 중요할 때 수비들이 도움을 많이 줘서 잘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마음을 비웠고 진짜 별 생각 없이 피칭을 하고 있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 없이, 열심히 준비한 것을 할 수 있게끔, 무심으로 던지고 있다”라며 달라졌고 호투한 비결을 설명했다.
또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호수비를 해준 (김)기환이나 강진성, 홈런을 쳐준 알테어 등 야수들을 끌어안아주고 싶다”라고 웃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