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래리 서튼 감독이 프로 지명을 기다리고 있는 고교 선수들을 향해 ‘행복은 지명순이 아니다’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23일은 대망의 2022 KBO리그 1차 신인드래프트가 열리는 날이다. 1차 지명은 고교 내 특급 유망주만이 차지할 수 있는 영예로, 구단 또한 심혈을 기울여 선수 지명을 결정한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개성고 우완투수 이민석과 경남고 좌완투수 김주완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사직 KT전에 앞서 만난 서튼 감독은 “프런트와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선수들의 영상도 직접 봤다”며 “그러나 누굴 뽑는지 100% 알지 못하고, 설사 안다고 해도 말씀드릴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충분히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 감명을 받았다. 기대가 된다”고 1차 지명을 앞둔 기분을 전했다.

리빌딩이 한창 진행 중인 롯데에게 올해 1차 지명은 예년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전망. 서튼 감독은 “누구든 롯데 지명을 받는다면 기대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현재 롯데는 강팀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고, 운동 신경 있는 어린 선수들이 거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핵심 선수들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새롭게 오는 선수도 그런 역할을 할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설렘을 표현했다.
2020 1차 지명 투수 최준용을 통해 2022 1차 지명 후보인 이민석과 김주완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최준용은 이민석과 수영초, 대천중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김주완은 경남고 시절 함께 뛴 후배다.
최준용은 "이민석의 경우 유연하고 나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유연함 속에 던지는 150km 강속구가 강점"이라며 "김주완은 1년밖에 보지 않았지만 가진 게 워낙 좋은 선수다. 둘 다 프로에 오면 잘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둘 다 프로에 올 것이니 지명 순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물론 고교 시절에는 자존심 문제 때문에 중요할 수 있는 프로에 오면 다 똑같다. 둘 다 열심히 해서 잘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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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의 생각도 최준용과 같았다. 서튼 감독은 “굉장히 성숙한 의견이다. 최준용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고 치켜세우며 “물론 지명 순위에 따라 계약금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프로에 왔다는 건 모두가 똑같은 기회를 얻는 것이다. 1라운드든 10라운드든 절대 팀에서 차등 육성을 하지 않는다.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고 강조했다.
서튼 감독은 본인의 현역 시절을 예로 들며 행복은 지명순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나 역시 21라운드에 뽑혔다. 당시 입단 계약금이 커피 한 잔 정도였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에서 7년 동안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튼 감독은 1992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전체 2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이후 5년 뒤인 1997년 캔자스시티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플로리다 말린스 등에서 7년 동안 빅리거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7시즌 통산 기록은 252경기 타율 2할3푼6리 12홈런 78타점이다.
서튼 감독뿐만 아니라 KBO리그에도 하위 라운드 신인이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케이스가 제법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2006년 두산 2차 8라운드로 프로에 입단해 국가대표 포수로 성장한 양의지(NC). 반대로 상위 라운더라고 반드시 프로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은 본인 하기 나름이다.
서튼 감독은 “그 어떤 것도 어린 선수들에게 주어진 건 없다. 1라운드든 10라운드는 신인 선수들이 들어와서 스스로 얻어내야 한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라고 힘줘 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