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들어 이닝이터로 변신한 롯데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 달라진 모습 뒤에는 국가대표팀에서 만난 베테랑 선배 차우찬(LG)의 조언이 있었다.
박세웅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5승(6패)째를 올렸다. 팀의 6-2 강우콜드 승리 및 2연패 탈출을 이끈 값진 투구였다.
박세웅은 경기 후 “팀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연패 중이었는데 그걸 끊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두 차례의) 선두타자 볼넷이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세웅은 등판 때마다 비구름을 몰고 온다고 해 ‘레인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날 역시 태풍의 영향으로 오전부터 많은 비가 쏟아졌고, 경기 개시가 불투명해 보였다. 다행히 빗줄기가 잦아들며 경기가 예정대로 거행됐지만, 3회부터 시작된 폭우로 잠시 우천 중단되는 등 각종 변수 속 투구를 진행해야 했다.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박세웅은 “경기 시작 전 개시 여부에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선수들은 어차피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고 준비한다”며 “이기고 있는데 중단됐을 때는 코치님이 ‘쫓기지 말고 원래 템포를 지켜서 하는 게 더 도움이 되고, 그렇게 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박세웅은 이날 호투로 시즌 11번째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팀 내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외국인 듀오 댄 스트레일리(10회), 앤더슨 프랑코(8회)보다 높은 수치다. 그만큼 올 시즌 이닝 소화력이 좋아졌다는 이야기. 후반기 첫 경기였던 13일 잠실 LG전에선 8이닝을 1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봉쇄하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퀄리티스타트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박세웅은 “6이닝을 던져야 달성할 수 있는 지표다. 선발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닝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표팀에서 선발 경험이 풍부한 형에게 들은 조언이 도움이 되고 있다. 선발투수는 무조건 버티는 게 힘이라고 말해주셨다. 이를 통해 이닝에 대한 욕심이 좀 더 생겼다”고 밝혔다.
박세웅이 말한 ‘선발 경험이 풍부한 형’은 프로 통산 112승의 베테랑 차우찬이었다. 박세웅은 “(차)우찬이 형이 선발은 무조건 버티는 것이라고 하셨다. 삼성, LG 시절 누가 봐도 정상급 선발투수라 많이 배우고 싶었는데 아무리 컨디션이 안 좋더라도 이닝을 오래 가져가는 걸 최우선으로 삼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박세웅은 상무에서 돌아온 예비역 포수 안중열과의 호흡에도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2014년 KT 입단 동기인 두 선수는 팀을 옮겨 롯데에서도 한솥밥을 먹고 있다. 안중열의 복귀는 박세웅의 변화를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다.
박세웅은 “(안)중열이랑은 늘 잘 통한다. 항상 고마운 선수다. 타석마다 피드백을 잘해주고, 내 의견도 많이 받아준다”며 “특히 커브를 아무리 앞에 찍어도 막을 수 있으니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해준 부분이 크게 와 닿고 고마웠다. 오늘(23일)도 중열이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