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올 시즌 10개 구단 최초로 10승 트리오를 배출했다.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사냥에 성공했고 백정현과 원태인은 데뷔 첫 10승 달성이라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세 선수가 더 많은 승수를 쌓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팀이 더 높은 곳에 오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10승에 만족하지 않고 작년 15승을 넘어 더 많은 승을 따낼 수 있도록 남은 경기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준비하겠다". (뷰캐넌)

"솔직히 욕심이 없었는데 이제 할 수 있는 게 우승과 다승왕 뿐이다. 다승왕 경쟁을 하면서 승수를 쌓으면 그만큼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다승왕 레이스를 이어가고 싶다". (원태인)
허삼영 감독에게 10승 트리오의 선의의 경쟁이 가져오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 퍼스트 정신이 중요하다. 팀 성적보다 더 위대한 건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다. 내부적으로 경쟁을 하겠다고 하면 말릴 수는 없다".
홈런왕 경쟁의 경우 장타 생산을 의식해 스윙이 커지는 등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팀내 동료들이 더 많은 승수를 쌓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걸 두고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치부하는 건 옳지 않다.
선발 투수의 활약이 팀 승패에 직결되는 만큼 팀 퍼스트 정신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10승 트리오가 아름다운 경쟁을 벌이며 공동 다승왕 등극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시나리오. 2000년 현대 정민태, 임선동, 김수경의 다승왕 공동 등극이 좋은 예다.

팀 퍼스트 정신은 말 그대로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절실함이 없는 선수를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는 게 팀 퍼스트 정신은 아니라는 걸 감독도 잘 알고 있을 거다.
10승 트리오는 허삼영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팀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의욕이 꺾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
허삼영 감독의 인터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모 선발 투수의 부진 원인에 대해 타 구단 선수와 경쟁 구도 형성을 부추긴 언론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 결승타를 허용한 계투 요원을 두고 그동안 발전이 없었다는 뉘앙스로 꼬집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써내려가는 모 선수에게 "잘하다가 못 하면 언론의 밥이 되니 조심하고 항상 잘하라"고 조언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허삼영 감독의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선수들이 상처를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전력분석팀장 출신 사령탑이라 그런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오는지도 모르겠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