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안타 타자의 통산 22번째 희생번트, 롯데의 확실한 정체성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8.25 08: 09

“영리하고 이타적이었다. 그런 플레이가 우리 팀의 정체성이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33)은 최근, 역대 최연소, 최소경기 2000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안타 기계다. 작은 체구에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는 손아섭이다. 그러나 손아섭은 오로지 자신의 배트 컨트롤과 타격 능력으로 안타를 생산해냈다. 손아섭 체구에 으레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기습번트 안타는 안타에 비해 많지 않다. 손아섭의 통산 번트 안타는 13차례에 불과하다.
중심 타선에서 활약하는 시간이 많았기에 희생번트 작전도 그리 많이 수행한 편이 아니었다. 통산 희생 번트 역시 22차례에 불과하다. 2010년 9번을 성공시켰고 이후 한 시즌 2개의 희생번트를 하면 많은 것이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희생번트 자체가 없었다.

[사진] 롯데 손아섭. OSEN DB

그런데 손아섭은 지난 23일 사직 KT전에서 희생번트를 2개나 성공시켰다. 이 2개가 2회말 무사 1,2루, 4회 무사 1루에서 연타석으로 나왔다. ‘스포츠투아이’에 의하면 손아섭의 한 경기 2개의 희생번트, 그리고 연타석 희생번트 모두 처음이라고 전했다.
시즌 후반 순위싸움의 급박한 상황도, 포스트시즌에서 1점이 절실한 순간도 아니었다. 정규시즌 중반의 144경기 중 한 경기였다. 그리고 경기 초반이었다. 그러나 2000안타나 때린 베테랑 손아섭도 희생번트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  결국 두 번의 희생번트 모두 득점으로 연결 됐고 롯데는 6-2, 강우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이튿날인 24일, 래리 서튼 감독은 손아섭의 두 차례 희생번트에 대해 설명했다. 서튼 감독은 “첫 번째 희생번트는 직접 사인을 냈다. 기습번트 같은 희생번트 사인이었다”라면서 작전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의 공격적 철학에는 상황에 따라서, 타순에 따라서 자신의 역할이 있다. 희생번트로 2,3루의 득점권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희생번트 사인을 냈고 성공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두 번째 희생번트, 손아섭의 통산 22번째 희생번트 대한 설명은 달랐다. 그리고 서튼 감독은 이 대목에서 손아섭의 희생을 자랑스러워 했다. 그는 “4회 두 번째 희생번트는 사인을 내지 않았다”라면서 손아섭 자의적인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롯데는 5-0으로 앞서고 있었다.
5점의 리드를 안고 있었지만 우천이라는 변수가 생긴 상황이었다. 좋은 흐름에 쐐기를 박는 득점도 어느 정도 필요했다. 경기 중후반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베테랑이 자신을 희생했다는 점이 서튼 감독을 감동시켰다.
그는 “당시 무사 1루 상황이었고 매 이닝 점수를 내면서 좋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비가 오고 있었다”라면서 “자신의 뒤에 있는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았다. 자기 자신보다는 이타적으로 팀을 위해서 번트를 댔다고 생각한다. 주자들을 득점권에 놔두고 타점을 올리게끔 만들었다. 영리했다”라면서 칭찬했다.
그리고 이어 “감독으로서 손아섭 같은 베테랑 선수가 번트를 댔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베테랑 선수가 우리 팀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자랑스러웠다. 그런 작은 플레이들이 우리 팀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원 팀’과 ‘위닝 컬쳐’를 강조하면서 팀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있는 서튼 감독이다. 시즌 중반 부임했고, 리빌딩과 성적 모두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험난한 행보가 예상됐지만 후반기 들어서 확실하게 팀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장타 위주의 선 굵은 야구보다는 세밀한 플레이와 과감한 주루를 펼치는 야구를 지향했고 이러한 모습들이 후반기 들어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확실하게 위를 향하고 진격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휴식기 선수들을 향해 우리의 가장 큰 장애물이 7위와의 5경기 승차라고 말했다. 이제 두산을 2.5경기까지 따라 잡았고, 7위를 제친 뒤 다음 목표를 6위로 잡을 것이다. 그 다음 6위, 5위 차근차근 목표를 삼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흥미로운 시즌 말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베테랑의 자발적 희생번트는 서튼 감독의 방향성과 메시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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