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미신 행위라니, 19연패 끊은 볼티모어 '눈물겨운 꼴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8.26 20: 19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간판 타자 트레이 만시니는 포수 오스틴 윈스와 함께 26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홈구장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 곳곳을 누비면서 어떠한 '의식'을 했다. 손에 스머지 스틱을 들고 불에 세이지를 태우며 연기를 피웠다.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들여 액운을 떨치는 일종의 주술 행위였다. 
메이저리그 전체 최저 승률(39승86패 .312) 팀 볼티모어는 이날 경기 전까지 19연패 늪에 빠져 있었다. 지난 200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함께 2000년대 메이저리그 최다 연패 타이 기록. 구단 역대 최다 21연패도 눈앞에 왔다. 더군다나 26일 경기에선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가 선발투수로 나서는 날이었다. 20연패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경기 전부터 특별한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볼티모어는 오타니에게 홈런 3방을 터뜨리며 5이닝 만에 끌어내렸다. 타석에서도 오타니를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시켰다. 4회초까지 2-6으로 뒤졌지만 야금야금 따라붙어 8회 5득점으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10-6 역전승으로 19연패 긴 수렁에서 벗어났다. 

[사진] 오스틴 헤이스 등 볼티모어 선수들이 19연패 탈출 후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1.08.26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후 만시니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경기 전 윈스와 함께 클럽하우스부터 덕아웃까지 야구장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15분간 천천히 걸어다니며 제대로 했는지 확인했다"고 주술 행위를 털어놓았다. 
이날 선발투수였던 볼티모어 신인 크리스 엘리스도 경기 전 이 모습을 지켜봤다. 엘리스는 "라커룸에서 라인업을 보고 있는데 만시니가 세이지를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 모두가 냄새를 맡았다"며 "앞으로 모든 경기마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 트레이 만시니 2021.08.20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뿐만이 아니었다. 만시니는 연패 중 어느 날부터 콧수염을 자르지 않았다. 동료들에게 "이길 때까지 깎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인중에 콧수염이 많이 자랐다. 만시니는 "스스로 내린 벌이었다. 팀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였다"며 "콧수염 난 것이 싫다"는 농담으로 모처럼 승리를 만끽했다. 
가장 괴로웠던 사람은 역시 브랜든 하이드 볼티모어 감독. 19연패를 탈출한 뒤 하이드 감독은 "지난 3주는 정말 힘들고 괴로웠다. 아무리 팀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리빌딩 시기라도 이렇게 지는 건 재미 없다. 팬들에게 재미 있는 야구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오랜만에 클럽하우스가 시끌벅적하다. 모두가 한시름 놓고 흥분했다"고 안도하며 기뻐했다. 
무엇보다 꼴찌 팀을 묵묵히 응원한 볼티모어 '보살' 팬들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슈퍼스타' 오타니의 선발등판 날이긴 했지만 19연패 중인 팀의 홈구장에 관중 1만5867명이 들어찼다. 만시니는 "연패 중에도 우리 팀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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