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에바스가 없어도 걱정이 없는 KT 위즈다. 상무에서 온 용병 엄상백이 있기 때문이다.
엄상백은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9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2승(무패)째를 챙겼다.
이날은 상무에서 돌아온 엄상백의 복귀 후 3번째 경기. 경기 전 기록은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최근 등판이었던 20일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6년만에 감격의 선발승을 따냈다.

KT는 지난 25일 밤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부친상을 당하는 비보를 접했다. 이강철 감독은 “올해 쿠에바스를 못 쓴다고 생각한다. 야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선수에게 가족사 문제라 팀 상황 신경 쓰지 말라고 해줬다”며 쿠에바스의 전력 제외를 알렸다. 이에 당초 외인 듀오가 버티는 5선발에 엄상백이 불펜으로 이동하는 플랜이 무산됐고, 엄상백은 계속해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게 됐다.
외국인투수보다는 당연히 임팩트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상무에서 언터처블로 활약했다고는 하나 1군과 2군은 엄연히 노는 물이 다른 법. 지난 사직 롯데전에서도 선발승을 챙기긴 했으나 사사구가 6개에 달했다. 쿠에바스의 이탈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상무에서 용병이 온 느낌이었다. 볼넷을 줄이니 외국인투수처럼 긴 이닝 소화가 가능했다. 2015년 8월 28일 수원 KIA전(7이닝 무실점) 이후 무려 2190일만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쿠에바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1회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발이 불안했지만, 추신수-최정-최주환 순의 중심타선을 연달아 범타 처리했다. 2회 1사 후 박성한의 안타 이후 안상현-이현석을 범타로 돌려보냈고, 3회 1사 후 고종욱에 선제 솔로홈런을 허용했으나 추신수를 삼진, 최정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금세 안정을 찾았다.
4회를 첫 삼자범퇴로 치른 엄상백은 2-1로 앞선 5회 선두 김성현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고 눈앞에 찾아온 승리 요건을 놓쳤다. 이후 이현석의 안타로 처한 무사 1루를 최지훈의 좌익수 뜬공, 고종욱의 병살타로 극복했고, 5회말 강백호가 투런포를 치며 2연승 요건에 도달했다. 5회까지 투구수는 80개.
전역 후 처음으로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엄상백.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다. 추신수의 헛스윙 삼진을 시작으로 최정과 최주환을 연속 범타로 잡고 퀄리티스타트까지 완성했다.
엄상백은 4-2로 리드한 7회 박시영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KT는 엄상백의 전역 후 첫 퀄리티스타트를 앞세워 SSG를 10-5로 꺾고 3연전 위닝시리즈를 조기 확보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