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복귀를 향해서 시동을 거는 듯 했다. 그런데 부상 복병이 등장했다.
김재환은 두산 베어스를 대표할 수 있는 4번 타자다. 김태형 감독의 신뢰는 두텁다. 하지만 지난 24일 잠실 한화전부터 김재환은 4번이 아닌 2번 타순에서 출장을 하고 있다. 후반기 들어서 타격 슬럼프가 다소 장기화 되는 형국이었기 때문.
김태형 감독은 26일 NC 다이노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을 앞두고 “김재환은 4번 타자 자리가 더 어울리는 선수다”라면서 “후반기 4번 타자 자리에서 타격감이 좋지 않아서 2번 타순에 놓고 있는데 2번 타자는 임시 방편일 뿐이다. 2번 자리에서 심적인 부담을 덜고 분위기 전환을 했으면 좋겠다. 2번이든 4번이든 어느 자리에서든지 타격감을 빨리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전했다. 김재환의 2번 배치는 타격감 회복을 위한 일시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재환이 4번 타자 자리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게 김태형 감독의 일관된 지론이었다. 잠시 슬럼프에 빠진 시기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김재환은 그 믿음에 머지 않아 응답하곤 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24일 한화전 멀티 히트 이후 26일 더블헤더 1차전에서 2루타 1개를 뽑아냈다. 그리고 2차전에서는 홀로 타선을 이끌었다.
0-2로 뒤진 3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김재환은 NC 선발 신민혁의 127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 13일 키움전 이후 10경기 만에 터진 18호 홈런이다.
2-2 동점의 균형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두산이 앞서갔다. 김재환이 다시 힘을 냈다. 김재환은 5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책임감과 투혼의 결과물이었다. 수비 시프트를 뚫고 우선상으로 흐르는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냈고 1루 주자였던 김인태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김재환 자신은 1루에 멈춰서야 했다. 2루타성 타구였지만 다리를 절뚝 거리면서 1루를 겨우 밟았다. 적시타에 앞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우측 무릎 안쪽을 맞고 잠시 통증을 호소했다. 그러다 타석에 들어섰지만 통증이 이어졌고 전력질주를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김재환은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4번 타자의 책임감을 보여줬다.
다만, 슬럼프 탈출의 기미가 보이려는 찰나에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 김재환과 두산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지만 몸 상태가 얼마나 빨리 회복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부상 이후에도 감각을 잊지 않았을지가 관심이다.
두산은 김재환이 초중반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후 NC의 활발한 주루플레이에 3-3 동점을 허용했지만 9회초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으면서 2득점에 성공, 5-3으로 승리를 거뒀다. 더블헤더 싹쓸이로 3연승을 달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