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삐끗→출전 강행→멀티홈런쇼, 천재 타자의 만화 야구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8.27 05: 19

허리가 아파 풀스윙이 불가능한 가운데 멀티홈런쇼를 펼친 강백호(KT).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볼 법한 야구였다.
강백호는 지난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시즌 9차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3득점 활약으로 팀의 10-5 승리를 견인했다.
사실 강백호는 이날 출전이 불투명했다. 25일 SSG전 7회말 조요한의 강속구(152km)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삐끗했기 때문. 특유의 큰 스윙을 하다가 몸에 무리가 온 것으로 보였다. 다행히 통증을 털고 더그아웃으로 향했지만, 원래 어느 정도 허리디스크를 안고 있는 선수라 부상 우려가 컸다. 그리고 실제로 하루 뒤 병원 검진에서도 좋은 소견을 받지 못했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5회말 1사 2루 상황 KT 강백호가 재역전 좌월 투런포를 날리고 더그아웃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8.26 / dreamer@osen.co.kr

그러나 올 시즌 전 경기 출전 중인 강백호의 야구 열정을 말릴 순 없었다. 부상에도 출전 의지가 워낙 강했다. 이 감독은 “오늘 한 번 빼주려고 했는데 끝까지 칠 수 있다고 해서 지명타자로 기용하게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부상 여파 탓인지 초반 타격은 주춤했다. 0-0으로 맞선 1회 1사 2루서 이태양의 직구(142km)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1-1로 맞선 3회 1사 2루서 초구 포크볼(128km)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적시타가 아닌 2루주자 황재균을 3루로 보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5회말 1사 2루 상황 KT 강백호가 재역전 우월 투런포를 날리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2021.08.26 / dreamer@osen.co.kr
강백호의 부상 투혼은 3번째 타석부터 시작됐다. 2-2로 맞선 5회 1사 2루 찬스. 이태양의 볼 2개를 연달아 지켜본 뒤 3구째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포크볼(129km)을 그대로 걷어 올려 우월 2점홈런으로 연결했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이후 7회에는 야수선택으로 출루해 배정대의 희생플라이 때 득점을 담당했다.
강백호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8-3으로 리드한 8회 1사 1루가 만들어진 가운데 이번에는 2B-2S에서 박민호의 체인지업(122km)을 노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6월 26일 대전 한화전 이후 정확히 두 달만에 한 경기 2홈런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허리 부상을 당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강렬한 활약이었다. 그리고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확인이 가능했다. 강백호는 “허리가 약간 아파서 기존 풀스윙이 아닌 컨택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했다. 힘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멀티홈런쇼를 펼쳤다는 이야기였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강백호의 큰 스윙과 관련한 가벼운 농담을 전했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그런 스윙 스타일을 못 버린다. 물론 투수들이 백호 스윙을 보고 어려워할 순 있겠지만, 세게 치지 않아도 멀리 나가는데 살살 좀 치라고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강백호는 이날 실제로 가벼운 컨택 스윙으로 타구 2개를 담장 너머로 보냈다. 허리 부상부터 시작해 홈런 두 방까지 모든 과정이 만화 같았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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