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 풀스윙이 불가능한 가운데 멀티홈런쇼를 펼친 강백호(KT).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볼 법한 야구였다.
강백호는 지난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시즌 9차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3득점 활약으로 팀의 10-5 승리를 견인했다.
사실 강백호는 이날 출전이 불투명했다. 25일 SSG전 7회말 조요한의 강속구(152km)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삐끗했기 때문. 특유의 큰 스윙을 하다가 몸에 무리가 온 것으로 보였다. 다행히 통증을 털고 더그아웃으로 향했지만, 원래 어느 정도 허리디스크를 안고 있는 선수라 부상 우려가 컸다. 그리고 실제로 하루 뒤 병원 검진에서도 좋은 소견을 받지 못했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올 시즌 전 경기 출전 중인 강백호의 야구 열정을 말릴 순 없었다. 부상에도 출전 의지가 워낙 강했다. 이 감독은 “오늘 한 번 빼주려고 했는데 끝까지 칠 수 있다고 해서 지명타자로 기용하게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부상 여파 탓인지 초반 타격은 주춤했다. 0-0으로 맞선 1회 1사 2루서 이태양의 직구(142km)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1-1로 맞선 3회 1사 2루서 초구 포크볼(128km)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적시타가 아닌 2루주자 황재균을 3루로 보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강백호의 부상 투혼은 3번째 타석부터 시작됐다. 2-2로 맞선 5회 1사 2루 찬스. 이태양의 볼 2개를 연달아 지켜본 뒤 3구째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포크볼(129km)을 그대로 걷어 올려 우월 2점홈런으로 연결했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이후 7회에는 야수선택으로 출루해 배정대의 희생플라이 때 득점을 담당했다.
강백호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8-3으로 리드한 8회 1사 1루가 만들어진 가운데 이번에는 2B-2S에서 박민호의 체인지업(122km)을 노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6월 26일 대전 한화전 이후 정확히 두 달만에 한 경기 2홈런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허리 부상을 당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강렬한 활약이었다. 그리고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확인이 가능했다. 강백호는 “허리가 약간 아파서 기존 풀스윙이 아닌 컨택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했다. 힘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멀티홈런쇼를 펼쳤다는 이야기였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강백호의 큰 스윙과 관련한 가벼운 농담을 전했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그런 스윙 스타일을 못 버린다. 물론 투수들이 백호 스윙을 보고 어려워할 순 있겠지만, 세게 치지 않아도 멀리 나가는데 살살 좀 치라고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강백호는 이날 실제로 가벼운 컨택 스윙으로 타구 2개를 담장 너머로 보냈다. 허리 부상부터 시작해 홈런 두 방까지 모든 과정이 만화 같았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