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가지면 될 것도 안 돼요” 37세 백업포수가 프로에서 살아남는 법 [오!쎈 수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8.27 23: 33

37세 베테랑 허도환(KT)이 만루에서 값진 2타점 적시타로 팀의 6-4 역전승을 이끌었다.
KT 위즈는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10차전에서 6-4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최근 3연승, SSG전 6연승을 달리며 시즌 54승 1무 35패를 기록했다. 여전히 단독 선두.
선발에서 제외된 허도환은 8회초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3-3 동점이 된 8회말 대타 박경수의 자동고의4구로 맞이한 2사 만루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치며 경기를 뒤집었다. 1B-1S에서 장지훈의 체인지업(128km)을 받아쳐 결승타를 때려낸 것.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2사 만루 KT 허도환이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2021.08.27 /ksl0919@osen.co.kr

허도환은 경기 후 “코치님이 앞 타자를 거를 것이라고 말해주셔서 나한테 찬스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 타석에 들어설 때부터 변화구를 노렸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결승타 뒷이야기를 전했다.
동점 만루 찬스가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허도환은 “어릴 때는 떨렸다. ‘내가 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투수도 떨리는 건 마찬가지다. 내가 주눅들 필요는 없다. 강하고 빠르게 승부를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허도환은 지난 2007년 프로에 데뷔해 올해로 프로 15년차를 보내고 있다. 그 동안 두산, 넥센, 한화, SK 등을 거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포수다. 그런 베테랑이 보는 올해 KT의 경기력은 어떨까.
KT가 약속의 8회를 앞세워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KT 위즈는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10차전에서 6-4로 승리했다.승리가 확정된 순간 KT 허도환, 김재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08.27 /ksl0919@osen.co.kr
허도환은 “지고 있어도 따라가려고 한다. 작년 초반만 해도 지고 있으면 가라앉았는데 지금은 1, 2명 나가면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파이팅도 있다”며 “고참으로서 보기 좋다. (유)한준이 형과 (박)경수가 그런 문화를 잘 만들어놔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본인의 역할은 없었을까. 허도환은 “어릴 때 파이팅 하는 게 버릇이 돼서 나도 모르게 나온다”고 웃으며 “그러나 선배들이 파이팅을 외치면 후배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조용히 있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접전이거나 이길 때는 많이 북돋아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허도환은 지난 2018년 SSG의 전신인 SK에서 우승 반지를 낀 경험이 있다. 당시 마무리로 나선 김광현과 마지막 우승 확정 순간을 함께 했다. 그리고 3년 이 지나 다시 그 기쁨을 느끼고 싶다.
허도환은 “올해 우리 팀 선발이 너무 막강하다. 타선도 짜임새가 좋아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라며 “야구는 선발 놀음이다. 선발이 좋으면 순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또 우리 팀엔 좋은 마무리도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즐기면서 경기를 해야 한다는 베테랑다운 메시지를 전했다. 허도환은 “부감 가지면 될 것도 안 된다. 즐기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재미있게 또 즐기면서 야구를 하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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