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에 외면받았던 류현진, 16년 한화 후배도 독기 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8.28 05: 32

'최고 156km' 초고교급 투수 문동주(18·광주진흥고)는 한화에 1차 지명을 받은 뒤 롤모델을 바꿨다. 원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좋아했던 그는 한화 출신 류현진(토론토)을 새 롤모델로 정했다. 문동주는 "지명 순간 롤모델이 바뀌었다. 입단 과정도 그렇고,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주가 말한 류현진의 입단 과정은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당시 인천 동산고 3학년 류현진은 연고팀 SK(현 SSG)에 1차 지명 후보였지만 선택을 받지 못했다. SK는 인천고 포수 이재원을 1차 지명했다. 당시 SK는 주전 포수 박경완이 30대 중반으로 다음을 대비해야 할 때였다. 
무엇보다 연고 지역인 안산공고 2학년 투수 김광현이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었다. 김광현이 급성장하며 다음해 1차 지명 후보로 떠올랐고, 2학년 때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던 류현진을 위험을 감수하며 지명하진 않았다. 

[사진] 2006년 신인 시절 류현진 2006.10.21 /OSEN DB

2차 지명으로 넘어갔지만 이번에도 류현진은 1순위 지명을 받지 못했다.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롯데는 광주일고 사이드암 투수 나승현을 택했다. 당시 계약금 10억원으로 역대급 유망주였던 한기주에 밀려 KIA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나승현이지만 고교 3학년 때 평균자책점 0.83으로 즉시 전력감 평가를 받았다. 평균자책점 2.25였던 류현진은 2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당시에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그 이후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 SK와 롯데의 외면을 받았던 류현진은 2006년 데뷔 첫 해부터 최초로 MVP와 신인왕을 동시 석권했다. 7년간 KBO리그를 지배한 뒤 한화에 약 280억원 포스팅 금액을 선물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했다. 
이재원에 이어 이듬해 김광현을 1차 지명한 SK는 두 선수가 주축으로 성장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4회를 이뤄냈으니 크게 아쉬울 건 없다. 나승현이 1군 5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롯데가 가장 아쉽게 됐다. 
[사진] 문동주 /한화 이글스 제공
류현진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신인 지명 순위가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향팀 KIA의 지역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채 한화의 전국 1차 지명을 받은 문동주도 '16년 한화 선배' 류현진의 성공 사례를 보며 독기를 품었다. 
[사진] 김도영-문동주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제공
KIA는 문동주 대신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5툴 내야수 김도영(광주동성고)을 고심 끝에 1차 지명했다. 투수에 비해 야수가 약한 KIA의 팀 사정이 반영된 결정이기도 하다. 1차 지명에선 문동주가 김도영에게 졌지만 프로에선 누가 이길지 아무도 모른다. 둘 다 승자가 될 수도 있다. 
문동주는 "만약 내가 먼저 뽑혔으면 그 기쁨에 취해 마음가짐이 나태해졌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김)도영이에게 밀린 것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며 "서로 열심히 해서 하루라도 빨리 프로에서 대결하면 좋겠다"고 김도영과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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