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 홈런 치자마자 은퇴 결정 "뽕열포로 기억해주세요" [대전 톡톡]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8.28 16: 29

"여기까지인 것 같다."
한화 거포 이성열(37)은 지난 14일 대전 NC전에서 3회 승부를 원점으로 만드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그러나 5회 다음 타석에서 대타 김민하로 교체돼 경기에 빠졌다. 28일 공식 은퇴를 선언한 이성열은 현역 마지막 타석 만루 홈런이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성열이지만 연출자는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었다. 28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만난 수베로 감독은 "이성열이 마지막 타석을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길 바랐다. 드라마처럼 만루 홈런이 됐다. 그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210409 한화 이성열.  /jpnews@osen.co.kr

이성열은 홈런을 친 뒤 수베로 감독과 덕아웃에서 대화를 했고, 다음 타석 대타 교체를 결정했다. 수베로 감독도 이후 덕아웃에 선수들을 모아 이성열의 교체를 알렸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상세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감독을 오래 했지만 경기 중 선수와 대화하면서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수베로 감독은 "올해 이성열이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선수 본인의 기억에 오래 남고, 팀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상황에서 마지막을 장식하게 하고 싶었다. 그게 내가 생각한 최고의 마무리였다. 그런 부분을 선수에게 설명했고, 교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은퇴를 발표한 이날 대전 홈구장을 찾아 선수단과 인사를 나눈 이성열은 "만루 홈런을 친 뒤 은퇴를 결정했다. 감독님께서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경기 후 (정민철) 단장님과도 대화했다. 만루 홈런이 마지막 타석이 돼 기쁘다"며 "시즌 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즌 중이라 갑작스럽긴 했고, 결정하기 어려웠다. 2주 정도 가족들과 보내면서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밝혔다. 
4회초 무사 만루 상황 한화 김민하의 달아나는 2타점 2루타 때 홈을 밟은 이성열이 더그아웃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마이너리그 감독부터 메이저리그 코치까지 20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한 수베로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스타 플레이어 대부분이 마지막 2시즌 정도는 퍼포먼스가 떨어진 채로 끝난다. 잘하고 있을 때 은퇴한 선수는 데이비드 오티스 말고 기억에 나지 않는다"며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 때 물러나는 게 현명하다"고 이성열의 은퇴 결정을 지지했다. 
지난 2003년 LG에 입단한 이성열은 두산, 넥센(현 키움)을 거쳐 2015년부터 한화에서 뛰었다. 19년 통산 1506경기를 뛰며 타율 2할5푼3리 1047안타 190홈런 698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수베로 감독은 "베테랑 선수이지만 1루 전력 질주를 열심히 했고, 수비 훈련 때도 힘든 펑고를 불평불만 없이 받아줬다. 클럽하우스에서도 프로다운 모습으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며 "오랫동안 프로 커리어를 이어간 것 자체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 선수였는지 보여준다. 선수 인생은 끝났지만 제2의 인생도 본인이 꿈꿔온 것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성열은 다음주부터 한화 2군 퓨처스 팀 전력분석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지루할 때 홈런을 뻥하고 시원하게 쳤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팬분들이 '뽕열포'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셨다. 그렇게 기억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며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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