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닫힌 1차지명 거포 3루수…'멘탈 수련' 경쟁자도 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8.29 09: 26

유망주가 성장하지 못하면 ‘단순히’ 유망주라는 허울 뿐인 껍데기만 남는다. 온전한 1군 선수로 명함을 내밀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 될 수도 있다.
KBO리그 역사를 되돌아보면 유망주가 만년 유망주로 남는 선수들을 무수히 있었다. 그리고 지명 순위가 곧 프로 무대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연고지 1차 지명 선수라고 무조건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나지 않는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한동희(22)는 ‘포스트 이대호’라고 불리는 유망주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입단했고 이후 줄곧 기회를 부여 받았다. 무주공산 3루수 자리에 특별한 경쟁자 없이 기회를 줄곧 받아왔다. 지난해는 기회와 시간을 투자한 결실을 맺는 듯 했다. 타율 2할7푼8리 17홈런 67타점 OPS .797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2회초 2사 1루 상황 롯데 한동희가 선제 중월 투런포를 날리고 더그아웃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올해는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유망주의 탈을 완전히 벗어던지는 원년으로 삼으려고 했다. 전반기에만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고 슬럼프를 이겨내는 방법도 조금씩 터득하는 듯 했다.
하지만 7월 이후 한동희의 기세는 뚝 떨어졌다. 7월 타율 1할3푼8리(29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에 불과했다. 올림픽 휴식기를 지나고 재정비를 했음에도 여전히 감각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8월 타율 1할5푼2리(33타수 5안타) 홈런 없이 3타점에 불과하다.
타격에서 특별한 반전의 모멘텀을 잡지 못하는 상황인데, 수비가 견고한 것도 아니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시한폭탄’ 같은 송구 실책이 한동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8일 사직 두산전이 그랬다. 한동희는 1-6으로 뒤진 2회초 2사 후 박건우의 3루수 땅볼을 잡은 뒤 1루수가 한참 점프를 해서 잡아야 하는 어이없는 악송구를 범했다. 이닝이 종료되지 않으면서 후속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투런포를 허용해 1-8까지 점수차가 벌어졌다. 그리고 4회에도 역시 2사 후 장승현의 선상 타구를 잡은 뒤 1루에 원바운드 악송구를 던졌다. 2개의 실책을 범했고 4회말 타석 때 대타 김민수로 교체됐다. 시즌 8,9번째 실책이었다.
경기 중에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경기 후에 피드백을 하는 래리 서튼 감독인데, 이례적으로 경기 도중 교체라는 피드백을 단행했다. ‘문책성 교체’로 풀이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롯데는 한동희의 교체 이후 타선이 야금야금 추격했고 결국 10-10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한동희의 실책이 패배의 이유가 되지는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도 되는 이날 경기의 분위기였다.
이렇듯 현재 한동희는 긍정적인 임팩트보다 부정적인 인상을 더 많이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앞선 시즌들처럼 먼저 그 자리에 나설 이유가 없다. 1군과 2군 모두 경쟁자가 있다. 한동희가 다른 베테랑 선수들처럼 여유를 부릴 처지는 아니다.
210422 롯데 김민수 / soul1014@osen.co.kr
당장 한동희를 대체한 선수는 김민수였다. 김민수는 한동희를 대신해서 나선 뒤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다소 불안했지만 실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9회 동점의 기반을 닦는 내야 땅볼까지 기록했다.
지난 7월 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뒤 퓨처스리그 3경기 재활 경기를 치렀고 백신 접종까지 마친 뒤 28일 엔트리에 등록됐다. 서튼 감독은 “멘탈적으로 터프해졌다. 실패든 성공이든 그 과정에서 배워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자세가 좋아졌다. 김민수에게 리더십, 그리고 강한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면서 “예를 들어 3타수 무안타였는데 경기 후반 팀이 필요로 하는 4번째 타석이 찾아왔거 그 타석에서 앞선 타석들을 잊고 집중하는 방법이 가장 가까운 예시다”라고 전했다. 미래의 주축이 된다는 멤버에 김민수는 당연히 포함됐다.
김민수가 한동희의 자리를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다 알아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한동희는 성장판이 닫힌 유망주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데 그 이후를 장담하기 힘들다. 김민수는 한동희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며 성장 기회를 꾀하려는 선수다. 공평한 기회, 공정하고 건전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한동희가 지난해 주전이었다는 이유로 우선 순위로 기용이 될 이유는 전혀 없다.
1차 지명 선수가 더 이상 벼슬이 아니고 언제든지 준비를 하고 있는 경쟁자가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 한동희가 알아야 할 사실이다. 김민수를 비롯한 다른 경쟁자들은 그 자리를 언제든지 비집고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롯데의 선수단이 더욱 건강해지고 강해질 수 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