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성공 신화는 후대까지 대대로 알려질 것이다. 그리고 성공 신화는 과거의 전설들을 소환하려고 한다. 두산 베어스 양석환(30)이 이적 첫 시즌 20홈런을 달성했고 더 두산 프랜차이즈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양석환은 지난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리는 등 5안타 5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개인 통산 4번째 그랜드슬램, 그리고 자신의 역대 한 경기 최다 안타인 5안타 경기를 만들어냈다. 양석환의 원맨쇼에도 불구하고 팀은 10-10 무승부를 거뒀지만 경기 내내 빛났던 양석환의 이름을 잊기는 힘들었다.
양석환의 만루홈런은 올 시즌 20홈런이다. LG 소속이던 지난 2018년(22홈런) 이후 3시즌 만에 20홈런 시즌을 돌파했다. 리그에서 가장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두 번이나 20홈런 시즌을 만들어냈다. 장타력에 대한 증명에 대해 논하는 게 양석환에게는 실례일 정도가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잠실 라이벌’ LG와 2대2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양석환이다. LG로 건너간 좌완 함덕주와 함께 트레이드 메인칩이었다. 오재일(삼성)이 떠난 뒤 거포 1루수, 그리고 김재환과 짝을 이룰 우타 거포가 필요했던 두산에 딱 맞는 카드였다.
두산의 눈은 정확했다. 트레이드는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재, 당장 눈에 드러나는 성적을 외면할 수 없다. 양석환은 이적 첫 시즌 20홈런을 기록하며 두산 유니폼을 더욱 어울리게 만들었다.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쓴 것도 모자라 두산 우타 거포들의 계보를 이어갈 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다. 두산을 대표하는 우타 거포로는 외국인 선수로는 단연 타이론 우즈가 떠오른다. 국내 선수로는 심정수, 김동주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양석환의 타석 중 홈런 비율 5.41%로 커리어 하이였던 2018시즌 4.24%를 훌쩍 넘는다. 경기 당 홈런도 0.224개로 2018시즌 0.157개를 넘어섰다. 정규시즌을 마칠 때쯤 환산 홈런 수는 33개가 된다.
만약 양석환이 33홈런을 때려낸다면 김동주(2000년), 심정수(1999년)가 기록한 두산 우타자 최다 홈런 31개를 뛰어넘게 된다. 명실상부 두산 우타 전설들의 이름보다 양석환의 이름이 먼저 나오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풀타임 기준 환산 타점도 99타점이다. 페이스를 조금 더 끌어올릴 경우 100타점도 가능하다. 두산 우타자로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던 마지막 선수는 우즈다. 2001년 34홈런 113타점을 기록한 바 있고 이는 두산의 우타자 마지막 30홈런 100타점이었다. 양석환이 이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가 만들어졌다.
과연 양석환은 트레이드 성공을 넘어서 두산의 전설들까지 소환하는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