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낯선 투수 공포증, 심우준 기습 번트가 치료제였다 [오!쎈 수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8.29 20: 03

심우준의 허를 찌르는 기습 번트가 KT의 낯선 투수 공포증 치료제로 작용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29일 수원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타자들의 낯선 투수 공포증에 우려를 표했다. 처음 만나는 삼성 선발 마이크 몽고메리를 상대로 타선이 또 침묵하지 않을까 걱정이 컸던 것. KT는 이 감독 부임 후 처음 만난 투수에 자주 고전했는데 실제로 지난 27일 수원 SSG전에서도 부진한 샘 가빌리오를 만나 5회까지 8삼진 2득점으로 묶였다.
이 감독은 “(몽고메리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더라. 결국 잘 골라내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처음 만난 투수들을 낯설게 느껴 항상 공생을 한다. 가빌리오도 그렇게 부진했지만, 우리를 만나 잘 던졌다”고 걱정했다.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2사 1, 3루 KT 심우준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2021.08.27 /ksl0919@osen.co.kr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경기 중반까지 적중했다. 0-2로 뒤진 1회부터 황재균, 호잉의 안타로 맞이한 2사 1, 2루서 배정대가 초구에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2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1명씩 주자가 출루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권 기회를 좀처럼 만들지 못했다. 몽고메리가 KT를 상대로 마침내 데뷔 첫 승을 거두는 듯 했다.
KT는 여전히 0-2로 뒤진 5회 선두 조용호의 볼넷으로 다시 추격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심우준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투심에 기습번트를 시도했고, 타구가 투수와 1루수 사이 절묘한 곳으로 굴러가며 안타가 됐다. 상대의 허를 찌른 번트안타였다.
이는 몽고메리의 흐름을 끊은 한방이었다. 이를 계기로 투수가 흔들렸고, KT 타선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더블스틸과 호잉의 볼넷으로 만루를 맞이한 KT는 배정대의 1타점 내야땅볼과 문상철의 초구 적시타를 묶어 단숨에 3-2 역전을 이뤘다. 이후 박경수가 풀카운트 끝 볼넷을 골라내며 몽고메리를 강판시켰다.
KT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2사 만루서 장성우가 2타점 좌전 적시타로 격차를 벌렸고, 다시 타석에 등장한 조용호가 2타점 2루타로 승부의 쐐기를 제대로 박았다. 5회에만 대거 7점을 뽑아낸 KT였다.
KT는 5회 빅이닝에 힘입어 삼성을 8-3으로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이날도 낯선 투수 공포증에 시달릴 뻔 했으나 5회 기다렸던 치료제가 나왔다. 바로 심우준의 기습 번트 안타였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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