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박병호(35)가 후반기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박병호는 올 시즌 73경기 타율 2할1푼6리(225타수 55안타) 12홈런 45타점 OPS .741을 기록중이다. 아주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박병호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 특히 후반기 부진은 더 심각하다. 후반기 첫 4경기에서는 2홈런을 터뜨리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최근 4경기에서는 계속 무안타로 침묵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병호의 부담감도 상당하다. 지난 27일에는 야구에 집중하고자 선수단 주장을 김혜성에게 넘겼다. 그럼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외국인타자 윌 크레익이 외야 수비에서 불안함을 노출하면서 남은 경기에서는 1루수 출전이 늘어날 전망. 자연스레 박병호는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경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키움이 포수 박동원을 지명타자로도 비중있게 기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박병호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

홍원기 감독은 “1루수와 지명타자는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서 컨디션과 상대 전적을 고려해 가장 맞는 라인업으로 기용하는게 순서 같다. 박병호의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가지 고민을 하는 과정에 있다. 이제는 이런 것을 박병호가 받아들여야한다”라고 말했다.
박병호의 부진이 심상치 않은 이유는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하락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군림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복귀 이후에도 2018년 43홈런, 2019년 33홈런으로 강력한 파워를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21홈런에 그쳤고 타율도 2할2푼3리(309타수 69안타)로 추락해 불안감이 커졌다.

박병호는 만 35세로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렇다보니 최근 에이징 커브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홍원기 감독은 “박병호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최근 에이징 커브라는 말도 많이 나오고, 여러 지표에서 부정적인 신호가 있다”라며 박병호의 부진을 안타까워했다.
박병호 스스로도 최근 부진을 많이 의식하고 있다. 지난 15일 홈런 이후 인터뷰에서는 “멘탈이 무너진 것 같다. 잘 안되는 장면이 자주 나오다보니까 스스로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작년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것 또한 받아들이고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병호의 파워는 여전리 리그 최정상급이다. 맞아 나가는 타구의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후반기 홈런도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려서 담장을 넘겼다. 다만 공이 배트에 걸리지 않는 것이 문제다. 타석당 삼진 비율은 27.4%을 기록중이다. 컨택 비율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투수의 공에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성적 회복을 위해서는 타격 밸런스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광판에 타율은 낮지만 마음을 되새기며 타석에 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한 박병호는 남은 시즌 반등에 성공하고 키움의 후반기 순위 싸움을 이끌 수 있을까.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