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1할대 부진에 빠진 56억 외야수 정수빈(두산)이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9월 1일 확대 엔트리 시행과 함께 2군에 있는 정수빈을 콜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정수빈은 원소속팀 두산과 6년 총액 56억원에 도장을 찍고 ‘종신 두산맨’을 선언했다. 그는 계약 직후 인터뷰에서 “6년 보장으로 완전한 두산맨이 될 수 있어 영광스럽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그러나 FA 첫해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시즌 시작과 함께 옆구리 부상으로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우더니 복귀 이후에도 51경기 타율 1할9푼7리 1홈런 16타점의 부진을 겪으며 백업 김인태에 자리를 내줬다. 주루플레이와 수비는 여전히 톱클래스였지만, 극심한 타격 슬럼프로 인해 지난 19일 전격 2군행을 통보받기에 이르렀다.
성적 부담이 없는 2군에서는 어느 정도 제 기량을 발휘했다. 교체 출전이 잦았던 1군과 달리 많은 타석을 소화하며 실전 감각도 끌어올렸다. 정수빈은 19일 고양전부터 28일 한화전까지 5경기에 출전해 18타수 6안타 2타점 2볼넷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하며 복귀 준비를 마쳤다.
사령탑은 퓨처스리그 성적보다 많은 타석을 소화한 부분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김 감독은 “1군 선수의 2군 컨디션 및 성적을 보진 않는다. 아무리 1군 선수라도 2군에서 타율이 안 좋을 수도 있다”며 본인이 1군에서 가끔 출전하는 게 답답했을 텐데 2군 가서 자꾸 경기를 뛰면서 감각이 좋아졌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수빈 복귀에 기대가 모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그가 가진 특유의 가을 DNA 때문. 이상하게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의 타격감이 깨어난다. 지난해에도 9월 한 달간 타율 2할1푼8리의 부진을 겪다가 10월 타율 3할2푼9리로 팀의 극적인 정규시즌 3위를 이끌었고, 그 전에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거머쥐었던 경험도 있다. 정수빈의 한국시리즈 통산 기록은 28경기 타율 3할3푼3리 3홈런 9타점. 큰 경기에 확실히 강하다.
정수빈은 9월 1일 잠실 KIA 더블헤더 1차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예정이다. 이천에서 보낸 약 2주 동안의 시간이 약이 됐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 감독은 “(김)인태가 외야 한 자리를 맡고 있지만, (정)수빈이가 필요한 부분이 분명 있다. 활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신뢰를 보였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