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는 지난 30일,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과 술판 모임을 벌인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에 대한 자체 징계를 확정했다. 모임을 주도한 박석민은 50경기 출장 정지,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는 각각 2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선수들을 향한 자체 징계는 당연했다. 김종문 단장과 배석현 경영본부장도 사표를 제출했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였다. 사건이 발생한 뒤 곧장 사퇴한 황순현 대표이사와 함께 구단 최고위층 3명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NC의 자체 징계의 특이점은 이동욱 감독까지 10경기 출장 정지에 벌금 5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는 것. 자체 징계위원회의 선수단 대표 징계위원이기도 했던 이동욱 감독은 셀프 징계를 받은 셈이다.

NC 구단은 “선수들의 징계위원회 자리에서 감독님께서 직접 징계를 요청하셨다. 현장의 수장이자 관리자로서 책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대표이사와 단장, 경영본부장 등 고위층 3명이 사퇴를 했기에 감독님도 책임이 있다라고 하셨다”라며 스스로 징계를 요청했고 구단이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동욱 감독 스스로 원한 징계였다고는 하지만 의아함은 가시지 않는다. 사령탑으로 책임을 통감했다고는 하지만 구단은 감독의 셀프 징계 요청에 벌금 등으로 징계 수위를 낮추려고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결국 구단은 감독의 셀프 '출장 정지' 징계를 승인했다.
과연 구단은 이 감독의 의지를 말릴 수 없었는지, 아니면 말릴 수 있었는데도 말리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감독이 원했다고는 하나 결국 구단은 선수 일탈의 책임을 구단이 아닌 현장으로 돌린 셈이다. 감독이 징계를 원했다고 한들, 결국 결정을 내린 것은 구단 프런트 대표인 서봉규 대표이사와 임선남 단장 대행이었다.
이제는 나이 서른인 성인들(일반인이라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리분별이 정확한)의 일탈까지 현장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를 곱씹어보게 된다. 코칭스태프가 이제는 원정 숙소에서 불침번을 서면서 성인들의 사생활과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야 촌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 21세기에 구시대적 야구가 부활하는 것이다.
“고위층 3명의 사퇴에 감독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감독의 말에 구단은 이를 적극적으로 말려야 했다. 무엇보다 NC의 일탈이 사건으로 커지게 된 이유인 '리그 중단'의 원인은 현장이 아닌 구단에 있었다.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을 주장한 것은 현장이 아니라 구단이었다. 구단 고위층은 사과문 몇장만 내보냈을 뿐이다. 그러나 선수와 구단의 잘못 사이에 끼어있던 이동욱 감독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서 고개를 숙이며 일탈에 사죄를 했다.
자체 징계 보도자료 말미에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국에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야구팬들과 리그 구성원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구단은 앞으로 KBO 클린베이스볼을 적극 실천하고,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이 합심해 노력하겠다”라고 한 코멘트는 추상적이고 입에 발린 말일 뿐이다.
구단은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 선수단의 일탈이 벌어지는 원인의 분석, 체계적인 징벌에 대한 논의가 감독의 셀프 징계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우선이지 않았을까.

NC는 짧은 구단 역사에 비해 선수 및 프런트의 일탈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선수단 교육과 관리 감독, 그동안의 상벌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지 않았기에 일탈이 반복된다고 풀이할 수 있다. 구단 차원의 예방 교육은 부실했고 점검 시스템 자체가 허점 투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감독 징계는 향후 선수단의 사건 사고가 벌어진다면 구단은 감독에게 또 징계를 내리는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 즉, NC는 프로야구 전체에 잘못된 선례를 택한 셈이다.
또한, 선수들은 출장 징계가 끝나면 또 스리슬쩍 그라운드 복귀를 시도할 것이다. 구단은 자산인 선수들을 활용하기 위해 애를 쓸 터. 그리고 현장의 사령탑은 구단이 활용하기로 한 선수들을 라인업에 넣고 보듬기 위해 또 사죄를 하고 양해를 구할 것이다. 구단은 감독을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도 들게 한다.
NC는 잘못된 판단을 했고 이상한 선례를 만들었다. 향후 선수단의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단은 현장에 책임소재를 돌리고 나몰라라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었다. /jhrae@osen.co.kr